"모든 사람이 ‘저게 필요해’라는 상품이면 성공할 수 있어요”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누군가에게 필요해서, 불편해서 발명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발명’은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여성발명협회 조은경 회장은 “선입견을 깨야한다. 발명은 연령과 학력을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다. 생각만 하고 아무도 만들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여성발명협회를 찾아가 조은경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여성발명협회는 어떤 곳인가.

1993년 아이디어가 많은 여성 약 10명이 모여 운영하다가 인원이 확대됐다.
정부 지원사업을 받아 사단법인화가 돼 (사)한국여성발명협회가 만들어졌다. 22년 정도 됐다.
많은 사람들은 삶 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흘려버린다. 발명하는 능력이 있는 분들은 불편함,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나에게 필요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성발명협회는 여성 누구나 그런 능력과 생각이 있는데 본인이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느냐를 교육을 통해 발견하도록 돕는다. 모든 사물을 접할 때 좋은 방법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협회는 어떤 운영을 하고 있으며 목적은 무엇인가.

1년에 4천~5천여명이 연령제한, 학력제한 없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특허청은 이름, 디자인, 제품, 공정, 기술 등을 공개하는데 누가 먼저 발명했더라도 차이가 있다 싶으면 특허 출원을 하면 된다. 제품이 유사해도 더 효율적이라면 특허등록이 된다. 특허는 지식재산이며 권리는 내 것이기 때문에 이 권리를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고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도 있다.

협회 목적은 여성이 모르는 능력, 자기 창의력 등을 발굴해서 발명을 통해 지식재산을 갖게 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여성이 경제적 자립을 하면 본인은 물론, 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여성들이 의식주를 주관한다. 자기 스스로 해결하려는 능력을 발굴하면 발명가가 개발한 제품은 일반인에게 호응이 좋고 시장성이 굉장히 크다. 여성발전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속도가 빠르다.
앞으로 세상은 특허전쟁이다. 반드시 특허를 갖고 자기만의 차별화된 사업을 해야 한다.

-올해 11월 23일, 2016 생활발명코리아, 여성 아이디어 발명품 시상식에서 세면기 벨브 아이디어를 낸 발명가(김정아 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취재를 갔었는데 제품이 판매된다면 꼭 사고 싶었다.

특정 세면기에만 설치된다면 범위가 좁아지고 세면기 회사하고만 일을 해야 한다. 이 제품은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저게 필요해”라는 상품이면 성공할 수 있다.

"어느 발명은 위대하고, 어느 발명은 덜 위대하고는 없습니다.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하는 발명이면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입니다”

-제품이 상용화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상 수상자는 협회와 일하면서 특허를 냈다. 등록되면 김정아씨만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시제품도 만들었기 때문에 테스트를 하면서 소비자에게 맞게끔 수정과정을 거쳐 바로 판매할 수 있다. 1년 안에도 가능하다.
생각만 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제품도 만들었으니 판매 시간은 오래 거리지 않는다.

특허 출원 시 교육을 받고 변리사를 멘토로 연계했기 때문에 특허로 등록된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제품을 만든다. 권리가 등록되느냐, 안되느냐에 대한 심사는 6~18개월이 걸린다. 심판 시, 우리나라엔 없지만 같은 아이디어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있어 모든 조사 후 완전히 자기 권리를 갖게 된다.

수상자들은 시제품 제작을 해보면서 현실적으로 눈앞에 보이니까 신기해했다. 협회는 전시회나 홍보 등을 통해 바이어들에게 발명가의 제품을 알리는 기회를 제공한다. 발명가들은 회사에 OEM을 해도 되고, 업체에 특허 기술 가치 평가를 받아서 팔 수도 있다.
시상식에서 “생각만 하고 지나가면 일반인이고 불편함을 개선하면 발명가”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정작 실행(발명)에 옮기기 힘들 수 있다. 
발명가라고 하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천재, 과학자, 전문기술자 등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게 발명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어릴 때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발명왕 에디슨이란 책을 보여주는데 거기 보면 에디슨이 천재로 나온다. 나하고 관계없는 일이 돼버리는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다. 깨야한다.

물론 첨단과학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발명도 있다. 기존의 삶에서 필요한 것들은 만들어내는 것도 발명이다. 첨단과학과 차별을 둬 ‘생활발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협회 회원 중에 많은 연령대가 아기 엄마들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젖병 물리기, 아기와 외출할 때 양 손에 짐이 한 가득이라면 곤란하지 않나. 그래서 멜빵에 고리를 달아서 짐을 달 수 있게 한 아이디어도 있다. 기존의 것을 사서 사용하다보니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발명하는 분들이 많다. 한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제품을 발명한 것이다.

협회 회원 중에 지퍼를 이용해 신발을 만든 발명가가 있다. 아이디어는 신발 바닥 쪽을 깨끗하게 빨래하고 싶다는 데서 시작됐다. 신발 밑창은 하나고 윗면만 다른 색으로 붙일 수 있도록 해 패션 운동화로 이슈화 됐다. 그분은 현재 신발 사업을 하고 있다.

2년 전 전국발명대회에서는 대통령상을 초등학생이 수상했다.
어른, 과학자, 전문가 등 모두가 참여한 대회였는데 초등학생이 발명한 제품은 ‘국기 게양대’였다. 아이가 국기를 쉽게 꽂을 수 없을까 해서 고정돼 있는 게양대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제품을 보는 순간 사람들마다 “그래 저게 필요해” 라고 말했다.
나이, 성별, 전문 분야, 아무 상관없다.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서 나온 게 발명품이다. 협회는 발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옷, 쓰는 물건, 먹는 것, 모든 게 누군가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아무도 만들지 않고 생각만 했으면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다. 다 발명품이다.
협회는 여성발명창의교실과 엄마와 함께하는 발명창의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좋은 생각이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1년에 4천~5천여명이 연령제한, 학력제한 없이 협회 발명교육에 참여
나이, 성별, 전문 분야, 아무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서 나온 게 발명품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임기는 2년으로 알고 있다. 조은경 회장은 연임으로 총 4년간 협회를 이끌고 있다. 내년 임기가 끝나는데 4년간 어떤 성과를 얻었나.

나는 여성 과학자다. 연구전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10년 전에 특허청에서 우수발명 상을 주셔서 여성발명협회를 알게 됐다. 4년 전 협회장을 맡게 됐다. 회원들을 보니 분야와 범위가 다양했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가지 연구하고 개발한다. 결국은 제품이 유용하게 사용돼야하는데 거기서 막혀버린다. 나는 회원들이 만든 발명품을 전시하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원 제품·발명품을 전시, 네크워크, 미디어 등을 통해 알리는 일을 했다.
어느 발명은 위대하고, 어느 발명은 덜 위대하고는 없다.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하는 발명이면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다.

-내년부터는 조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 ‘다손’에 집중할 듯하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다손을 운영하게 됐다. 학교에서 연구, 보고서를 많이 썼다. 100개 중 1, 2개만 실용화, 상용화가 된다. 하나를 연구해도 사용되는 것을 하자라고 생각해서 다손을 만들었다.
민간 R&D 전문회사가 없다. 중소기업 등은 경영비 문제로 연구소가 없는 곳이 많다. 이들 기업에 다손 연구소를 사용하게 하고 새로운 제품, 기술 개발 등 특허가 나오면 기술이전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회장을 맡고 나니 협회에 집중하게 됐는데, 임기가 끝나면 바이오메디칼쪽에 집중할 생각이다. 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 화장품, 식품, 의약외품 등을 가능하면 천연소재, 자연소재로 개발하는 것을 추구한다. 좋은 성분이 무엇이고 쉽게 추출할 수 있는지, 천연방부제를 만들고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전문 과학자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과거에)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국가가 하는 것이지 개인이 하는 게 아니다 라고 했다. 다들 세상에 맞추려고 한다. 회사에서 자신을 뽑아주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나. 반대로,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내서 세상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지금의 기업가들은 그런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남이 동경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말이다.

[한국여성발명협회는…]

2014년 생활발명코리아를 출범해 여성들의 우수한 발명 아이디어를 선별, 지식재산 기초 교육부터 출원, 전문가 멘토링, 디자인 설계, 시제품 제작, 마케팅 컨설팅 등을 맞춤 지원하고 있다. 

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등의 후원을 받아 세계여성발명대회와 대한민국여성발명포럼, 글로벌여성 IP리더십 아카데미 등을 서울에서 개최해 한국이 여성발명의 국제적 메카로 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은경 회장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여성발명협회 감사,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여성발명협회 이사,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부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2013년 2월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2015년 에 연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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