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스크린 같았다. 엠넷 '슈퍼스타K 3'에서 준우승한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1집 '버스커버스커'를 듣는 40분은 1970~80년대 극장 안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댄스음악이 귀를 고문하는 시대에 어쿠스틱으로 무장한 노래가 신선하다. '봄바람'을 출발로 '여수 밤바다' '전활거네' '꽃송이가' '향수'로 마무리되는 11트랙이 봄내음을 물씬 풍긴다.

타이틀곡 '벚꽃풍경'은 경쾌함과 설렘을 안기는 곡이다. 장범준(23)의 가성이 돋보인다. 브래드(28)가 '드럼을 한판 쉰' 곡인 '외로움 증폭장치'는 장범준·김형태(21)의 소박한 화음이 평안하다.

버스커버스커 리더 장범준은 이 음반을 설명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39)의 애니메이션 '초속 5㎝'의 정서를 가져왔다고 했다. 벚꽃이 떨어질 때의 속도를 제목으로 쓴 이 애니메이션은 소년소녀의 첫사랑을 아련한 정서로 그렸다.

버스커버스커 1집은 이보다는 능글맞다. 장범준의 복고풍 목소리에는 30~40년 전 포크의 정서가 차라리 깊게 배었다. 일본의 그것보다는 한국의 그것이다. 민주화 열기로 충만한 80년대를 배경으로 순수함과 열병을 동반한 청춘의 사랑을 담은 영화 '별빛속으로' OST로 어울릴 만하다.

추억은 애틋하지만은 않다. 체념이 녹아든 회한이 느껴진다. 20대 초반의 청년(장범준·김형태)과 20대 후반의 외국인(브래드)으로 구성된 팀이 이런 정서를 발산한다는 게 신기하다.

무엇보다 디지털싱글이 난무하고, 단편적으로 '음원'을 소비하는 흐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음반'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버스커버스커는 지난해 11월 '슈퍼스타K 3'에서 2위를 차지한 후 "그룹의 정체성이나 앞으로 활동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유로 엠넷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심사한 가수 이승철(46)에게서 "오만하고 팬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버스커버스커는 하지만 데뷔 음반으로 그간의 고민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당분간은 음악적인 고집을 부려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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