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심화 스님의 ‘빙의’

 

인천에 사는 44세 된 여인이 찾아왔다. 그 여인을 보는 순간 할머니 1명과 40대의 건장한 남자 3명의 영가가 서로 쇠사슬로 얽혀서 따라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맨 앞에 따라오는 혼령을 보니 표독스런 노파의 모습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또한 무덤 속에 서로 얽혀 있는 남녀 3명의 시신도 함께 보였다.

“당신 집안에 전생의 악연을 맺은 원혼이 있어 그 동안 줄초상을 겪은 것이 틀림없소.” 내가 이렇게 말을 하자, 그 부인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지난일들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8년 전 시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사망한 후 3년 뒤 시어머니가 암으로 죽어서 두 사람을 합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해에는 작은시어머니(소실)가 화장실에서 쓰러져서 사망했다. 본디 이들 두 시어머니(본부인과 첩)는 생전에 서로 불화를 겪어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소실에게는 아들 3형제가 있었는데, 그들의 권고로 작은시어머니마저도 시아버지 내외와 함께 묻는 합장을 했다고 한다. 시아버지는 죽고 나서 무덤 속에서도 본부인과 첩을 함께 거느린 셈이 된 것이다.

그런데 합장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의 제삿날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사를 지낸 후 49세 된 소실의 장남이 머리와 배가 아프다고 하며 화장실에 가더니 “으악”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며 쓰러져 즉사한 것이다. 그 이듬해 제삿날에는 둘째아들(46)이 형과 마찬가지로 상오 2시쯤에 사망했고 그 다음해에는 42세의 막내아들마저 똑같이 죽었다. 결과적으로 시어머니의 제삿날에 4명의 제사를 지내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제삿날엔 또 누구 차례일까 싶어 두려운 나머지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당신네 시어머니가 소실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어 그 자손들이 모두 흉사를 당하는 것이니 빨리 소실의 시신을 꺼내 다른 곳으로 이장하라”고 권했고 시어머니의 원혼을 달래 주는 천도재를 함께 올리도록 했다.

가족들이 합의하여 천도재를 성대히 올린 후 경기도 파주의 공동 묘지로 소실의 묘를 이장했다. 그후 제삿날을 맞이했는데 며느리의 꿈에 시어머니가 나타나서 “이제는 내 뜻대로 되었느니라. 편안하다” 말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이와 같이 생전에 깨닫지 못하고 간 영혼은 전생의 원한으로 죽은 후에도 마음 편할 날이 없으니 살아생전에 원수 맺은 것은 모두 풀고 다음 생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계속> 물처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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