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건설 싱가포르 퓨저노폴리스 2A 프로젝트 현장의 공병무 소장이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사진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사진=뉴시스>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무장했습니다" 

GS건설 싱가포르 퓨저노폴리스 2A 프로젝트 현장의 공병무 소장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현지 시장에서의 국내 건설사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공 소장은 "한 번 손에 쥐어진 임무는 '죽어라' 해내는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현지 시장의 평가가 높다"며 "만약 내가 발주처라도 우리나라 건설사들과 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성실함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보신주의(保身主義)' 성향이 강해 자기가 맡은 분야 외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다는 것이 공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호 책임'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분야별 조율 과정에서도 몇 배의 수고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국내 현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서브콘 수급을 꼽았다. 공 소장은 "국내 협력사들은 덩치가 크고 전문성도 갖고 있어 일을 맡겨놓으면 믿음이 가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 또한 서브콘 수급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공 소장은 싱가포르 시장을 고집한다. 적어도 향후 20년은 싱가포르 정부의 건설계획에 따라 전망이 밝다는 설명이다. 그는 플랜트 시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놨다. 공 소장은 "싱가포르 정부가 결국엔 국민을 위해 물과 전기 공급을 위한 플랜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공 소장과의 일문일답.

-퓨저노폴리스 2A 프로젝트가 무엇인가.

"이 프로젝트는 GS건설이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수주한 건축 분야로, A·B동과 C동은 발주처는 같지만 계약적으로 분리돼있다. 즉 A·B동은 시공만, C동은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GS건설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맡는다. 상대적으로 A·B동은 오피스와 실험실로, 클린룸이 포함된 C동에 비해 공사기간이 약 10개월 짧다. 공사는 A·B·C동 모두 내년 6월말께 완료되지만, C동의 경우 싱가포르 각 지역의 4개 연구기관에서 장비를 옮기는 과정이 9개월 정도 추가 소요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가격도 A·B동은 2억2000만 달러, C동은 1억6900만 달러로 비슷하다. 싱가포르에서 반드시 획득해야하는 그린마크 또한 현재로선 순항하고 있다"

-A·B동과 C동 중 상대적으로 수월한 곳은.

"이를 따지려면 서브콘 문제까지 끄집어 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서브콘 수급이다. 전문성과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서브콘이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써야 한다. 보신주의도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건축 설계, 구조 설계, 전기 설계 등이 모두 포함된 종합설계가 가능하지만, 싱가포르는 분야별로 모두 구분돼있다.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본인이 맡은 분야만 척 하고 해놓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건설사의 몫은 수배가 된다. 예를 들어 만약 시공과 관련된 설계사가 10곳이라면, 각 업체마다 코디를 진행하고 이를 하나로 모아서 조율하는 것까지 모두 건설사가 해야한다. 그렇다고 시공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공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설계를 진행한 발주처로 넘어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예 보수적으로 도면을 짠다. 시공하는 입장에서는 철근 10개면 충분한 일을, 발 빠질 틈 없이 메우는 꼴이다. 결과적으로 시공만 하는 것과 디자인&빌드 방식 중 딱히 어느 것이 편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서브콘 수급 외에도 애로사항이 있다면.

"20년 전 이 곳에서 공사를 진행했을 당시에는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여러 국가에서 인력이 많이 들어왔다. 지금은 태국의 경우 우리나라나 중동 쪽으로 많이 빠지고, 말레이시아나 중국은 내부 경기가 좋아지다 보니 외부로 잘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쿼터제를 통해 인건비도 높이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 자연히 인력이 없으니 공기가 늘어지고,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소음 때문에 공사 시간도 엄격히 규제해 엎친데 덮친격인 상황이다"

-현장에 발을 들여놓은지는 얼마나 됐나.

"25년 됐다. 10여년은 구조계산을 하다 2000년부터는 아예 공사판으로 나왔다. 고양시 덕양문화체육센터의 아이스링크가 첫 작품이다. 해외현장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러시아, 폴란드 등에서 공사를 진행해봤다. 최근에는 여의도 IFC몰 현장에 있다 이 곳으로 왔다"

-외로지 않았나.

"외롭다. 1992년에 결혼했는데 가족들과 같이 생활한 건 이 중 절반도 안된다. 해외현장에서는 아이들 때문에 같이 나와있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난 아내가 보고 싶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집에서는 내가 넘버4다"

-가장 어려웠던 현장을 꼽자면.

"지금도 물론 힘들지만, 러시아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개고생'했다. 협력업체도 모를 뿐 더러 선수금은 70%나 요구했다. 반면 현장 인력들은 아주 느긋해서 공사기간을 줄여야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매일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싶어도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게 했다. 불시점검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솔직히 우리나라만큼 잘하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 건설사의 경쟁력은.

"손에 쥐어진 임무는 죽어라 하는 게 바로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성실함과 책임감을 두루 갖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시공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서브콘이나 건설사들은 잘못에 대해 시인하고 책임지겠다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지만, 싱가포르는 그렇지 않다. '너는 너, 나는 나'라는 틀에 박혀있어 상호 책임이라는 개념이 없다. 내가 발주처라고 해도 우리나라 건설사와 계약한다"

-싱가포르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같은데.

"두바이가 한창일 때 전세계 타워크레인 4분의 1이 그쪽에 몰려있다는 설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다 두바이가 싹 죽으면서 또 다른 시장을 물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나라마다 물론 수요가 있지만 국가별 문화와 수주전략도 다르고, 인맥도 있으니 리스크가 자연스레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오픈 마인드, 즉 열려있는 시장이다. 선수금과 소위 말하는 뒷돈도 없어 투명하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전세계의 건설사들이 다 기어들어와 박 터지게 싸울 수 밖에 없게 됐다. 하물며 국내 건설사들끼리도 피 터질 정도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컨소시엄 구성이 대응안으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말처럼 쉽진 않다"

-그럼에도 왜 싱가포르인가.

"적어도 향후 20년은 싱가포르 정부의 건설계획에 따라 시장이 밝다. 이후에는 싱가포르는 물이 귀하기 때문에 담수화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국민을 위해 물과 전기 공급을 위한 플랜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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