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 다리 마사지기, ‘저온화상 무방비’…안전인증 사각지대 드러났다
“온도는 기준 통과, 경고는 실종, 소비자 피부가 마지막 방어선”
한국소비자원 위해감시시스템(CISS) 분석 결과, 다리·발 마사지기 사용 중 화상과 피부손상 사고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접수된 다리·발 마사지기 관련 위해 발생 건수는 총 205건으로, 이 가운데 76.6%가 화상과 피부 및 피하조직 손상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다리·발 온열 마사지기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표시 실태를 점검한 결과, 최고 온도는 안전기준에 적합했지만 저온화상 경고 등 핵심 안전표시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다리·발 부위 마사지기 관련 위해 사례는 2022년 37건, 2023년 26건에서 2024년 81건, 2025년 10월까지 61건으로 급증했다.
증상 유형을 보면 ‘화상’이 113건(55.1%), ‘피부 및 피하조직 손상’이 44건(21.5%), ‘타박상’이 15건(7.3%) 등으로, 온열·지압 기능이 피부에 장시간, 밀착 적용되는 특성상 피부 화상 및 손상이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다리 마사지기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안전인증대상전기용품 중 ‘전기 마사지기’로 분류돼 관련 안전기준(KC 60335-2-32 등)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교류전원 30V 이하 또는 직류전원 42V 이하로 작동하거나 전지로만 작동하는 제품은 안전인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와 같은 예외 규정 때문에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다리·발 온열 마사지기 10개 제품을 선정해 안전성을 점검했다.
시험은 전기 마사지기 안전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정상 작동뿐 아니라 온도조절기 단락, 전동기 구속 등 이상 운전 조건에서도 최고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조사대상 10개 제품 모두 전기 마사지기 안전기준에 규정된 온도 범위 안에 들어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전한 온도’라는 의미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품 구조와 부품 기준에 한정된 결과일 뿐,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온화상과 피부질환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표시 실태를 들여다보면 위험성은 더 뚜렷해진다. 조사대상 전 제품의 본체와 온라인 판매 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저온화상을 예방하기 위한 경고 문구가 없거나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은 피부 손상이나 그 밖의 위해 우려 요인에 대한 주의사항도 충분히 안내하지 않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저온화상은 40~50도 정도의 열에 피부가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며, 열성 홍반, 색소 침착, 붉은 반점, 가려움, 물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명백한 의학적 손상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제품은 ‘따뜻하게 오래 사용해도 안심’이라는 인상을 주는 광고 문구만 강조하고, 구체적인 경고 표시는 뒤로 미루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일부 제품은 의료 목적 사용, 배터리 내장으로 인한 외부 충격 시 화재·폭발 위험, 과도한 압박에 따른 혈류장애 등 위해 요인에 대한 주의 표시도 부족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제품 수입·판매 사업자들에게 저온화상 등 위해 예방을 위한 표시 개선을 권고했고, 모든 사업자가 경고 문구 강화와 안내 문구 보완에 나서겠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일각에서는 “사업자의 자발적 시정에만 기대기엔 제도적 관리 범위가 너무 넓게 비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다리·발 마사지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눈 부위를 제외한 신체 각 부위용 소형 마사지기는 온열·지압 기능을 인체에 밀착해 사용하는 제품임에도, 전원 조건에 따라 상당수가 안전인증대상 전기용품에서 제외돼 있다.
반면 눈 마사지기의 경우에는 전원 방식과 관계없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안전확인대상생활용품’으로 지정돼 온열, 소음, 이상 운전 등 세부 안전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같은 온열 마사지기임에도 ‘눈은 관리, 다리는 사각지대’라는 규제의 불균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소형 마사지기의 안전관리가 현재로서는 사업자의 자발적 조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다리·발 등을 포함한 신체 부위별 소형 마사지기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에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원 조건만으로 안전인증 여부가 갈리는 현행 체계를 손질해, 인체 밀착 사용 제품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안전확인과 표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다.
소비자를 향한 경고 메시지도 분명히 제시됐다. 한국소비자원은 다리·발 온열 마사지기 사용 시 다음과 같은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
첫째, 저온화상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맨살에 직접 사용하지 말 것.
둘째, 제품별 권장 사용 시간을 지키고 30분 이상 연속해 사용하지 말 것.
셋째, 사용 중 열감 이상, 통증, 저림 등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사용을 중단할 것.
넷째,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환자나 어린이 등의 경우 가급적 사용을 자제할 것.
다섯째,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은 낙하·충격 등으로 인한 손상에 특히 주의할 것.
‘온도 기준 적합’이라는 문구만으로는 저온화상과 피부 손상을 막을 수 없다. 규제의 빈틈을 메우는 제도 개선과 함께, 소비자 스스로도 사용 시간을 줄이고, 맨살 사용을 피하며, 몸이 보내는 작은 이상 신호에도 즉각 반응하는 ‘안전 습관’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가 다리 마사지기에서 올라오는 미지근한 열기보다 더 뜨겁게 다가온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