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헬스장 피해 ‘전국 1위’…자동결제·환불 갈등에 소비자 눈물

헬스장 피해 10건 중 7건이 계약해지·위약금 분쟁…신유형 ‘구독서비스’ 피해도 폭발

2025-11-21     임기준

한국소비자원·서울시, 위법 사업자 통보·현장조사 등 공동 대응…“계약·환불 규정 반드시 확인해야”

서울에서 헬스장 이용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소비자원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헬스장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했다.

최근 3년간 실내 체육시설 관련 피해 가운데 서울에서만 3분의 1 이상이 발생했고, 그중 헬스장이 7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모바일 앱 기반의 구독형 헬스장 서비스에서는 자동결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계약해지를 가로막는 등 새로운 유형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시와 함께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헬스장 관련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헬스장 피해예방주의보’를 공동 발령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2022년~2025년 6월)간 실내 체육시설(헬스장·필라테스·요가) 관련 피해구제 신청 1만 4857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서울시에서 발생한 피해가 4967건으로 전체의 33.4%를 차지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내 실내 체육시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22년 1195건이던 신청 건수는 2023년 1424건, 2024년에는 1539건(상반기 731건)으로 늘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80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78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헬스장 이용은 늘었지만, 그만큼 계약·환불을 둘러싼 분쟁도 함께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품목별로는 헬스장 관련 피해가 압도적이다. 서울시에서 접수된 실내 체육시설 피해 4967건 가운데 헬스장 피해는 3668건으로 73.8%를 차지했다.

이어 필라테스가 1022건(20.6%), 요가가 277건(5.6%) 순으로 나타났다. 이용 유형상 장기 등록, 다회 이용권, 묶음 할인 등의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해지·환불 조건을 둘러싼 소비자와 사업자 간 갈등이 구조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피해구제 신청 이유를 보면 계약해지, 위약금 등 ‘계약 관련 분쟁’이 4843건으로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특히 중도 해지 시 환급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놓고 분쟁이 집중됐다.

사업자가 정상가 기준으로 위약금을 떼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는 실제 결제한 할인가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례가 많았다.

할인 이벤트로 장기 계약을 유인해 놓고, 막상 중간에 그만두려 하면 ‘정상가 기준 위약금’을 내세워 환불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앱 기반의 ‘구독형 헬스장 서비스’에서 새로운 유형의 피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는 카드를 앱에 등록해 두면 매월 정해진 날짜에 이용료가 자동 결제되는 구조로, 겉으로 보기에는 편리한 서비스이지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각종 분쟁이 뒤따르고 있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헬스장 구독서비스 피해는 2022년 5건에서 2023년 8건, 2024년 30건(상반기 11건)으로 늘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3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2%나 급증했다. 최근 3년간 집계된 헬스장 구독서비스 피해 78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건수가 서울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이유를 살펴보면 ‘자동결제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피해가 38건(48.7%)으로 가장 많았다. 무료 체험이나 단기 이용으로 알고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월 결제가 이어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계약해지 시 환급을 거부했다’는 사례가 20건(25.6%), ‘앱 내 해지 기능 자체가 없어 해지 절차를 찾을 수 없었다’는 피해도 8건(10.3%)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헬스장 구독서비스의 경우 비대면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자동결제 구조를 악용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자동결제 동의 여부, 해지 및 환급 조건, 해지 신청 방법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장기간 불필요한 결제를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체육시설 관련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협력 체계를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서울시 소재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해 총 69건의 위법 사실을 통보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소비자 환급으로 이어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국소비자원은 앞으로도 서울시와 협력해 피해 다발 사업자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사업자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구독형 헬스장에서 계약해지를 방해하거나 자동결제를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와 법 위반 여부 점검 등 공동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을 위한 안전 수칙도 제시했다. 우선, 대폭 할인 이벤트를 앞세운 장기·다회 이용권 계약은 ‘중도 해지 시 환불 규정’과 ‘위약금 부과 기준’을 반드시 확인한 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또 사업자의 폐업이나 연락두절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20만 원 이상 고액 결제 시에는 가능하면 신용카드로 3개월 이상 할부로 결제해,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카드사 ‘할부 항변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업자와 별도로 협의한 내용(추가 서비스, 환불 조건, 기간 연장 등)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하고, 환급 기준과 위약금 산정 방식도 서면으로 확인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는 헬스장 구독서비스의 경우,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용약관을 끝까지 꼼꼼히 읽고 자동결제 조건, 해지 절차, 환불 정책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피해 예방의 핵심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헬스장 이용료는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싸게 끊었다’는 생각에 안심하기보다 계약과 환불 규정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 태도가 필요하다”며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불리하다고 느껴질 경우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 지자체 소비자 보호 부서에 즉시 상담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