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범벅 고형에탄올·비소 검출 성형숯, 캠핑 연료 안전 적신호

고형에탄올 5개 메탄올 24.2~56.7% 함유·성형숯 1개 비소 기준 초과, 표시 누락 제품까지 적발

2025-11-13     임기준

캠핑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불멍·바비큐용 조리 연료에서 메탄올과 비소 등 유해 물질이 기준을 초과하거나, 안전 정보를 빠뜨린 채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이 고형에탄올과 성형숯 등 캠핑용 조리 연료 13개 제품을 시험·평가한 결과, 고형에탄올 8개 중 5개는 유해화학물질 수준의 메탄올을 함유했고, 성형숯 5개 중 1개는 비소 기준을 초과했으며 일부 제품은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아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자연 속에서 머무는 캠핑 열풍이 이어지면서 불멍과 바비큐를 위한 조리용 연료 사용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불꽃 아래 숨은 화학물질 위험이 확인되면서, “어떤 연료를 쓰느냐가 곧 가족의 안전을 좌우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가 캠핑 시 자주 사용하는 조리용 연료 13개 제품(성형숯 5개, 고형에탄올 8개)에 대해 품질·안전성을 시험·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성형숯은 탄 목재·톱밥 등을 가공해 일정한 형태로 만든 숯이고, 고형에탄올은 불이 잘 붙는 에탄올을 고체 형태로 만든 연료로, 간편성과 휴대성 때문에 캠핑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부분은 고형에탄올 제품의 메탄올 함유 실태다. 메탄올은 흡입·접촉 시 두통, 어지럼증, 구토, 시신경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물질로, 10% 이상 함유 시 단기간 노출만으로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화학물질로 관리된다.

인체급성·만성유해성 및 생태유해성물질 지정 고시는 2025년 8월 7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험 결과, 고형에탄올 연료 8개 중 5개 제품에서 메탄올이 24.2~56.7% 수준으로 검출돼 유해화학물질 관리 기준(메탄올 10% 이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은 ▲고체연료(씨케이코리아주식회사) ▲불만대 에탄올 미니고체연료(코프304주) ▲국내생산 캠핑착화제 화로 에탄올 고체연료(㈜이제이씨앤씨) ▲아카시아 에탄올 고체연료(㈜동양인터내쇼널) ▲코코 에탄올 고체연료(㈜코코윌) 등이다. 이들 제품은 ‘고형 에탄올’ 연료로 표시·광고되며 시중에 유통돼 왔다.

소비자원의 개선 권고 이후 씨케이코리아주식회사, ㈜이제이씨앤씨, ㈜동양인터내쇼널은 기존 제품 판매 중지를 비롯해 품질 개선 또는 단종 계획을 밝히고, 소비자가 원할 경우 교환·환불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회신했다.

㈜코코윌 역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품질 개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반면 코프304는 품질 개선 및 유해화학물질 정보 고지 권고를 받았음에도 별도 개선 계획을 밝히지 않아,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뉴비아 에탄올 고체연료(와이에스컴퍼니)’의 경우 메탄올 함량이 7.1%로 유해화학물질 기준(10% 이상)에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소비자원은 메탄올 자체가 잠재 위험요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사업자에게 메탄올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품질 개선을 권고했고, 와이에스컴퍼니는 기존 제품의 품질 개선 계획을 회신한 상태다. 단순히 법적 기준 충족을 넘어,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줄이려는 관리 수준을 요구한 것이다.

성형숯 제품에서도 유해 원소 검출과 표시 누락 문제가 함께 드러났다. 시험 대상 성형숯 5개 중 ‘호산활활타성형숯(㈜호산챠콜)’에서 비소 함량이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국립산림과학원 고시)’을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비소는 장기간 노출 시 피부병변, 혈관계 이상, 발암 가능성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해 원소로, 캠핑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연료에서 검출됐다는 점이 가볍지 않다.

다만 카드뮴, 수은, 납, 바륨, 황 등 다른 유해 원소는 모든 성형숯 제품에서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제품 정보 제공의 기본 요건인 표시사항에서는 허점이 확인되었다. ‘야자 불쏘탄(㈜사이언숯)’과 ‘오로라(㈜카본텍)’ 2개 제품이 일부 의무 표시항목을 누락해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에 부적합했던 것이다. 성분·사용상 주의사항 등 기본 정보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소비자에게 판매된 셈이다.

비소 기준을 초과한 ㈜호산챠콜은 기존 제품 판매 중지와 품질 개선 계획을 약속하고, 소비자가 원할 경우 교환·환불 조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표시기준 위반이 지적된 ㈜사이언숯과 ㈜카본텍은 한국소비자원의 표시 개선 권고에도 개선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동일한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들 사이에서도 안전·표시 관리 수준의 격차가 뚜렷이 드러난 부분이다.

연료의 성능을 가늠하는 발열량에서도 제품별·유형별 차이가 컸다. 발열량은 연료가 완전히 연소될 때까지 방출되는 총 에너지 양으로, 실제 조리 시간·화력과 직결되는 지표다.

시험 결과 성형숯의 발열량은 최소 4340~최대 5350 kcal/kg으로 모두 관련 기준에 적합했다. 고형에탄올은 최소 5230~최대 6560 kcal/kg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성형숯보다 높은 발열량을 보였다.

제품 간 최소·최대 발열량 차이는 성형숯 1.2배, 고형에탄올 1.3배로 나타나, 어떤 제품을 쓰느냐에 따라 화력과 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캠핑용 연료를 선택할 때 가격과 화력만 볼 것이 아니라 메탄올 등 유해물질 함량과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메탄올 함유 고형에탄올의 경우, 사용 과정에서 증기 흡입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인체 노출 가능성이 있어 텐트 내부나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을 피하고,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야외에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 캠핑의 경우, 연료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캠핑용 조리 연료는 불꽃을 만드는 제품인 동시에, 화학물질 사용·관리 수준이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생활 화학 제품”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 기관 및 사업자와 공유해 품질 개선과 표시 강화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앞으로도 관련 제품 시험결과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