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제보 ON] "카카오톡 탈퇴했는데 계정은 왜 여전히?"…탈퇴 절차에 이용자들 '분통'
전화 상담도 없이 탈퇴는 '미로'…소비자 불만 폭발
“카카오톡은 탈퇴했는데, 왜 카카오 계정은 여전히 살아 있나요?”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휴대폰을 해지하면서 카카오톡 앱도 더 이상 필요 없게 돼 지난 3월 11일 카카오톡 계정을 탈퇴한 소비자 A씨. 그러나 카카오의 탈퇴 시스템은 A씨의 발길을 한참이나 붙잡았다. 카톡을 탈퇴한 뒤에도 ‘카카오계정’을 별도로 탈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탈퇴 시도 과정에서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탈퇴 버튼을 누르니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더군요. 그런데 입력하니 ‘브라우저 문제일 수 있다’며 폰 인증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그 폰은 이미 작년 말에 해지된 상태라는 겁니다.”
A씨는 카카오의 인증 방식이 지나치게 ‘폰 중심’이라고 비판했다. 폰이 없는 상황에서는 다른 인증수단이 제공되지 않고, 고객센터를 통한 문의조차 '무한 루프'처럼 반복되는 안내 페이지로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고객센터에 사진까지 캡처해 사정 설명하며 채팅 상담했는데, 1시간 넘게 붙들려 있다 겨우 다음 계정 탈퇴 하나 했습니다. 심지어 그 때도 시스템 오류라고 하더군요. 진짜인지, 변명인지는 모르겠지만요.”
A씨는 특히 카카오의 ‘문어발식 서비스 구조’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카카오톡 따로, 계정 따로, 커머스 따로, 카카오페이 따로. 가입도 복잡하고 탈퇴도 고통입니다. 그 어떤 서비스도 유기적으로 연동돼 있지 않고, 정작 탈퇴는 더 복잡하니 사용자를 억지로 붙들어놓는 느낌이에요.”
A씨는 계정을 완전히 탈퇴하기 위해 이메일로 3~4차례나 문의를 했고, 고객센터로부터 해지서류, 이전·현재 전화번호, 문제 상황 캡처 등까지 요구받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돌아온 답변은 “문의 페이지를 참고하라”는 URL 반복 전송이었다.
“고객 응대를 사람이 하는 게 맞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똑같은 자동화된 메일만 반복 전송됩니다. AI가 하는 응대인지…차라리 전화 상담이 있었으면 사정 얘기하고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소비자 A씨는 여전히 계정을 탈퇴하지 못한 채, 3개월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이면 앞으로 카카오 제품은 두 번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카카오는 탈퇴 시 ‘카카오계정’과 ‘카카오톡 계정’이 별개로 관리되고 있으며, 폰 인증을 통한 절차 외에는 대안 인증 방식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전화 상담 기능 없이 챗봇 중심의 고객응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 “탈퇴조차 고통”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 명확한 탈퇴 가이드 마련해야”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휴대폰을 해지한 소비자들이 본인 인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계정에서 '갇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로, 기업은 원활하고 직관적인 탈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측은 본지의 질의에 대해 “탈퇴 절차는 보안을 위한 확인 절차이며, 사용자 상황에 따라 별도의 절차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지된 휴대폰 사용자를 위한 대안 인증방식 마련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묻는다. ‘계정 하나 지우는 데 왜 이리도 오래 걸리는가?’ ‘IT강국’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 있는 퇴장 절차가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