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大기업 女임원 400명대 첫 진입…IT업종에서만 40% 차지

-100대기업 여성 임원, 작년 322명→올해 403명…1년 새 女임원 25% 증가
-女임원 보유 기업, 작년 65곳→올해 72곳…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 작년 4.8%→올해 5.6%
-삼성전자, 단일 기업 중 女임원 65명 最多…CJ제일제당, 女임원 비율 24% 넘어 最高

국내 100대기업 내 여성 임원이 올해 처음으로 400명대에 진입했고, 여성 임원을 한 명이라도 보유한 기업도 70곳을 넘어섰다. 단일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여성 임원이 65명으로 최다였고, CJ제일제당은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이 24%를 넘으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IT분야에 있는 여성 임원 비중이 40%나 집중됐고, 100대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5%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74년 이후 출생한 젊은 여성 임원 비중의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2022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23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상장사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위 100곳 기준이고, 여성 임원은 올해 반기보고서에 나온 임원 현황 자료를 참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임원은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한 기준이고, 사외이사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오너 일가도 조사에 포함했다. 

조사 결과 올해 파악된 100大 기업 내 여성 임원은 403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322명보다 여성 임원이 1년 새 81명(25.2%)이나 증가했다. 이는 2020년 대비 2021년 여성 임원이 12.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배(倍) 정도 늘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유니코써치 측은 2025년 EGS공시 의무화로 대기업들이 다양성(Diversity)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 등에서 여성 임원을 다수 발탁한 것도 일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100대기업 내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도 2019년 3.5%→2020년 4.1%→2021년 4.8%였는데, 올해는 7175명이나 되는 전체 임원 중 5.6%로 나타났다. 작년 대비 올해 여성 임원 비중이 0.7%포인트 증가하며, 5%대에 첫 진입했다. 100대기업 여성 임원이 많아지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 내에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다. 

100대기업 여성 임원 숫자는 지난 2004년 당시만 해도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22명)→2010년(51명)→2011년(76명)으로 증가하더니 지난 2013년에는 처음으로 여성 임원 100명 시대를 열었다. 2013년 당시 여성 임원 수는 114명이었다. 2014년에는 106명으로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138명)→2016년(150명)→2018년(216명)→2019년(244명)→2020년(286명)→2021년(322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처음으로 400명대에 들어섰다. 지금과 같은 여성 임원 증가 속도라면 향후 2~3년 후인 2024년~2025년 사이에 여성 임원 500명대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100대기업 내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숫자는 올해 72곳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2006년 13곳→2010년 21곳으로 조금씩 증가해왔다. 이후 2011년 30곳→2013년 33곳→2015년 37곳→2016년 40곳→2018년 55곳→2019년 56곳→2020년 60곳→2021년 65곳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다 올해는 70곳 이상으로 늘었다. 대기업 내에서 여성 임원을 배출하지 않는 기업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파악된 100대기업 여성 임원을 산업군별로 살펴보면 IT 업종에서만 163명으로 40.4%나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100대기업 여성 임원 10명 중 4명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IT 관련 분야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국내 여성 임원이 크게 늘어나려면 IT 업체에서 두각을 보일 우수 여성 인재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모레퍼시픽과 LG화학 등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17.1% 수준으로 여성 임원이 다수 활약 중이다. 이어 금융(11.9%), 유통·무역(10.2%), 식품(8.4%), 자동차(5.5%) 순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5% 이상 됐다. 반면 기계·조선·에너지·철강 업종 등은 여성 임원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와 석유화학 업종 등과 달리 중후장대 산업 분야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임원 자리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 74년 이후 출생한 여성 임원 증가 뚜렷, 작년 32.6%→올해 44.4%…71년생 女임원 53명 최다.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400명 중 81.4%에 해당하는 328명은 1970년 이후에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60.7%)→2020년(65%)→2021년(72%) 때보다 더 높아진 비율이다. 올해 100대기업 여성 임원을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70~1973년에 속하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149명(3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74~76년 사이 102명(25.3%)으로 그 뒤를 이었고, 67~69년 52명(12.9%) 순으로 많이 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부터 3년 간 100대기업 내 여성 임원의 출생연도별 현황을 살펴보면 같은 70년대 출생자 중에서도 1970년~1973년 사이 태어난 여성 임원 비중은 점차 줄고 있는 반면, 1974~1976년 비중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흐름을 보였다. 1970년~1973년생은 2020년 당시 40.6%였는데, 작년 39.4%에 이어 올해는 37%로 떨어졌다. 반면 1974년~1976년생은 2020년 15%→2021년 19.9%→2022년 25.3%로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1977~1979년 출생자도 올해 11.7%로 처음으로 10%를 넘었고,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여성 임원도 2020년 3.8%에서 올해는 7.4%로 상승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1971년생이 53명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1974년생과 1975년생은 각각 38명으로 많았다. 이어 1972년(36년), 1973년생(31명), 1970년(29명), 1969년·1976년(각 26명)은 20명을 넘겼다.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6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55명보다 1년 새 여성 임원 책상이 10곳 많아졌다. CJ제일제당은 28명으로 여성 임원이 많은 넘버2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23명으로 여성 임원을 다수 배출한 TOP 3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현대자동차(17명), 롯데쇼핑(15명), 아모레퍼시픽(14명), 삼성SDS(12명), KT·LG화학·LG전자(각 1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합류했다. 10명 이상 여성 임원을 다수 기업은 작년 7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많아졌다. 롯데쇼핑을 비롯해 LG화학과 LG전자가 지난 해 여성 임원 9명이었는데 올해는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새로 합류했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은 올해 전체 임원 114명 중 여성 비율이 24.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모레퍼시픽(23%), 네이버(16.9%), 롯데쇼핑(15.2%), 삼성SDS(13.3%), KT(10.4%) 역시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상회했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중 이사회 멤버로 대표이사 타이틀까지 갖고 있는 여성 임원은 호텔신라 이부진(1970년생) 사장과 네이버 최수연(1981년) 대표이사 두 명뿐이었다. 회장급 여성 경영자 중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유일했고, 부회장급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대상 박현주·임세령 부회장이 활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 부사장급에 해당하는 여성 임원은 25명 내외로 조사됐다. 이중에서도 삼성전자 이영희(1964년) 부사장이 최장수 임원으로 꼽혔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삼성 그룹 임원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활약 중이다. 올 연말 삼성전자 인사에서 사장(社長)으로 승진할지 여부가 초관심사로 모아진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올해 국내 100대기업 내 여성 임원이 있는 70곳 내외 중 30여 곳은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 제고와 상징성을 위하여 형식적으로 1~2명 정도만 겨우 여성 임원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여성 임원이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기업 성장의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인식해 중간관리자급 이상 여성 인재를 크게 늘리는 과감한 정책을 펼쳐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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