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필수요소 인슐린. 각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명의 열쇠다. 그러나 인슐린은 ‘혈당관리의 주범’부터 ‘비만 호르몬’까지 다양한 오명을 갖고 있다. 툭하면 모자라서 큰일이고 과잉돼서 난리인 인슐린, 어째서 인슐린은 우리 몸의 골칫덩이가 된 걸까?

식품 전문가 안병수 작가는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을 출간했다. 그는 인슐린이 우리 몸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원인은 가공식품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해서 이러한 결론을 내게 된 것일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병수 작가 (사진=국일미디어 제공)
안병수 작가 (사진=국일미디어 제공)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가공식품이 우리 몸에서 어떤 말썽을 일으키게 되나요?

가공식품 속 수많은 식품첨가물은 우리 몸의 인슐린 대사를 망가뜨립니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혈당을 세포 속으로 넣어주는 열쇠지요. 그런데 이 인슐린 대사가 망가지면 세포는 세포대로 에너지를 흡수받지 못해 기능이 저하되고 혈당이 넘치는 혈액은 끈적끈적해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당뇨병, 성인병 등 온갖 만병의 근원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사실을 모르고 많은 분들이 식품첨가물을 과다복용하며 건강을 해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책을 내게 됐습니다. 사실 요즘 지구촌을 크게 흔들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도 잘못된 식생활이 큰 원인 가운데 하나여서 집필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구요.

Q 작가님은 일상생활에서 각종 식품첨가물과 유해 음식을 멀리하고 계신가요?

사실 저는 식생활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한 사람입니다. 예전엔 저도 식생활이 엉망이었거든요. 건강을 거의 잃을 뻔했지요. 늦게나마 식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고 식품 공부를 하면서 보니, 가장 큰 문제가 가공식품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더라고요.

그 뒤부터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식을 최대한 피했지요. 금방 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 협심증이라고 있잖아요. 심혈관질환의 전조 증상인데, 그게 없어졌습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도 잘되고요. 무엇보다 뱃살이 확 빠졌습니다. 여러 성인병 증상들도 씻은 듯 없어지고요. 저로서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건강한 식사를 위해 일상 생활에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현대인들은 식생활에서 가공식품을 피할 수 없잖아요. 가공식품을 드시되 잘 골라서 드셔야 합니다. 요즘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대개 친환경 식품을 파는 곳이 있어요. 아니면 인터넷에도 그런 좋은 식품을 파는 사이트들이 있고요.

우선 그곳을 찾아보고 방문해보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관심이 없으셨던 분이라면 좀 낯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몇 번 방문하다 보면 익숙해지지요. 본격적으로 단골이 되는 겁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웰빙 식생활의 길로 들어설 수 있죠.

Q 인슐린에 집중하셔서 서술하셨는데 그런 이유가 있나요?

제가 식품과 관련한 여러 문헌들을 읽으면서 보니, 키워드가 바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더라고요. 식생활이 나쁜 사람은 반드시 몸 안에 있는 인슐린에 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가 성인병이지요.

요즘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는 것. 아무튼 만병의 근원이 바로 인슐린이 잘못돼서 생기는 문제더라고요. 건강을 지키려면 늘 내 몸에 있는 인슐린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슐린 생각을 하면 아무 음식이나 못 먹지요. 그래서 아예 인슐린을 주인공으로 해서 글을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안병수 작가의 저서 '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안병수 작가의 저서 '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Q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MSG가 사실 안전한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요?

그게 바로 오늘날 식품첨가물 만능사회가 된 전형적인 이유입니다. MSG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대개 다국적기업이거든요. 엄청나게 마케팅 비용을 써요. 그 돈이 전 세계에 뿌려지는 것이죠. 학자들이 대개 그 돈으로 연구를 합니다.

광고비 등을 통해서 언론사로도 들어가고요. 그러니 해롭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가 쉽지 않지요. 물론 MSG의 본모습인 유해성을 곧이곧대로 들춰내는 학자들도 많이 있어요. 양심적인 학자들이죠. 문제는 그분들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사실입니다.

Q.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시면서 좋았던 일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독자들을 강의장에서도 자주 만나곤 하는데요. “덕분에 식생활을 바꿔서 건강을 회복했다”는 말씀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내가 하는 일이 미력이나마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죠.

반대로 도무지 공감을 안 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사실 그런 분들이 훨씬 많답니다. 그냥 편한 대로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거예요. 그런 분들이 계셔서 식생활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겁니다. 그런 때가 제일 허탈하고 힘들죠.

Q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키기 위해 제도적으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식품첨가물이 맨 처음 개발된 것이 대략 1세기쯤 전이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한 반세기쯤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해로운 물질에 대한 연구가 그다지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최근 들어 생리학이나 신경과학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연구들이 나오고 있고, 유해성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지요. 문제는 보건당국이 이 새로운 학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식품첨가물 전반을 발전된 과학의 눈높이에서 전면 재평가해야 합니다. 그것에 맞게 법규를 새로 만들고, 여러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과거 식품회사에서 일하셨다고 들었는데 회사를 나오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다닌 식품회사가 과자회사였는데요, 당시 저의 주된 업무가 신제품 개발과 품질관리였습니다.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른바 관능검사라고 해서 직접 먹어보는 것입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과자를 먹기 시작해서 퇴근할 때까지 먹는 일의 연속이었죠.

이런 생활을 한 10년쯤 하고 나니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선배들 중에도 건강이 나쁜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생활습관병으로 벌써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공교롭게도 그 무렵 세계적인 아이스크림회사나 햄버거 회사 등의 식품 기술자들이 일찍 숨지거나 생활습관병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 일을 계속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Q 향후 출간 외적으로 독자들에게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이어가실 계획인가요?

우리나라의 경우 친환경 식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분들이 5퍼센트에도 훨씬 못 미칩니다. 그래서 그분들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요. 이 비율을 하루빨리 높여야 합니다. 그것이 식생활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죠.

그동안 저는 대중을 상대로 강의에 집중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강의를 좀 줄이고 SNS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싶습니다. 물론 집필에도 더 좀 비중을 두려고 해요. 되도록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이번 책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만, 가공식품이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니거든요. 나쁜 가공식품이 나쁜 겁니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나쁜 가공식품을 거부하고 좋은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생산자분들이 적잖이 계십니다.

문제는 이분들의 생산 규모가 영세하고 자금력이 약해 대중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대신 이분들에게 다가가야지요. 이분들을 응원해야지요.

그 방법은 이분들이 만든 친환경 제품을 찾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노력이 좀 필요할 수 있어요. 이 노력은 소비자 자신에게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안병수 작가

1956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와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식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건강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식생활’이란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스스로 탐구한 올바른 섭생법의 보급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유명 과자회사 간부로 근무하던 중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주위 과자 기술자들도 젊은 나이에 건강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친분이 돈독했던 일본의 한 과자 기술자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16년간 근무했던 과자회사를 그만두고, 식생활과 관련된 세계의 각종 논문, 건강 서적 등을 읽으며 식품첨가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식품전문가로 거듭났다.

 

우먼컨슈머=정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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