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탁물가 비상

 

한 동안 휴직했던 정윤석(44)씨는 얼마 전 새롭게 직장을 구해 가족들에게 한 턱 쏘기로 했다.

"부담 없이 돼지고기나 먹자"는 생각으로 정씨는 남동생까지 4명이 냉면과 돼지갈비를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았다. 정씨는 '돼지갈비 2만2천원, 냉면 1만1천원'이라고 적힌 메뉴판을 보고 당황했다.

돼지갈비 4인분에 냉면 한 그릇씩만 먹어도 13만2천원.

결국 발길을 돌려 주택가 인근 허름한 고깃집에서 정씨 가족은 돼지갈비 6인분(7만8천원), 소주 2병(6천원), 냉면 2개(1만원), 공깃밥 2개(4천원)를 먹었다.

정씨는 "계획했던 예산(10만원)에 겨우 맞췄지만 네 식구가 10만원 가지고 돼지고기도 마음 놓고 못 사먹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는 '동네 물가'가 서민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주부들은 장을 보거나 외식 한 번 하는 게 두렵고 직장인들은 한 끼를 때우는 데에도 적잖은 부담을 느껴야 할 정도다.

서민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고(高)물가'는 외식비이다.

홍대 인근의 한 짬뽕 전문점은 올 1월부터 짬뽕 1그릇을 8천원으로 올렸다. 원래 7천원을 받았지만 원재료비가 치솟으며 가격을 올린 것이다.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에서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순대국집도 설 연휴가 끝나자 마자 순대국 1그릇 가격을 6천원에서 7천원으로 올렸다.

도심이 아닌 주택가 음식점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 인근 손칼국수집 역시 올 1월부터 칼국수 가격을 4천5백원에서 5천원으로 올렸다. 식재료비와 운영비가 너무 올라 부득이한 가격 인상이라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실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삼겹살 가격은 1년 전보다 14.5%, 탕수육은 11.4%가 올랐다. 설렁탕(8.8%), 자장면(8.2%), 김치찌개 백반(7.3%) 등의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쩍 오른 외식가격은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까지 변화하고 있다.

직장인 박용근(36)씨는 한 달 전부터 도시락을 싸 출근한다.

박씨는 "매일 1만원이 웃도는 점심값을 쓰는 것보다 낫다"며 "4천~5천원씩 하는 비싼 브랜드 커피를 끊거나 퇴근 후 회식 횟수를 줄이는 동료도 부쩍 늘었다"말했다.

장바구니 물가도 비상이다.

주부 심현민(44)씨는 "남편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10만원이면 넉넉하게 일주일 먹을 장을 봤는데 요즘엔 몇 개 제품을 사지 않아도 10만원이 넘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격이 오르자 대량 구매를 하는 대형마트에서의 소비행태도 달라졌다.

심씨는 "예전엔 상자 몇 개씩을 챙겨 마트에서 장을 보곤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요즘엔 담을 물건이 몇 개 없어 작은 상자도 필요없고, 장바구니 하나면 충분하다"고 푸념했다.

가공식품도 줄줄이 올라 시름을 더하고 있다. 밀가루와 장류, 라면 등 부엌살림에 빠질 수 없는 품목들이 대거 올랐다. 또 도시가스 도매요금, 광역상수도 요금,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택시 요금 등도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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