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소형 한의학박사

 

"화장실에 가면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집 밖에서 볼일을 보기가 불편한데다가 며칠째 가스만 차고 변을 못 봐서 너무 괴롭습니다.” 여성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변비증상이 최근 남성들에게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년 가까이 변비에 시달린 한 50대 남성이 변비약 과다복용으로 숨진 사례도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근무환경과 운동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잘못된 배변 습관, 스트레스 등으로 변비환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 특히 남성들은 과일이나 채소와 같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보다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육류 등을 선호하는 식습관이 원인이 되고 있다.

건강은 단지 좋은 음식을 잘 먹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배설하는 것 역시 건강한 삶을 누리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약 12~18시간에 걸쳐 영양분이 흡수되고 나머지는 장의 연동운동을 통해 변의 형태로 항문으로 빠져나간다. 장이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음식물이 장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8~24시간 정도로, 정상적인 배변횟수는 1일1회부터 주3회까지인데,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하지 못한 경우 변이 장에 오래 머물게 되고, 수분이 빠져나가 변이 굳어지면서 변비가 되고 오래된 변이 쌓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장 속에 오래된 변이 쌓이면서 이상발효현상을 일으켜 독소가 생성되는 것이다. 독소는 장벽을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되고, 혈액을 타고 우리 몸 곳곳을 돌면서 혈액을 탁하게 만들고 신진대사를 방해하며 면역 기능을 저하시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변비 예방은 건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변비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변은 음식물 찌꺼기가 원료인데 불규칙적인 식생활, 식이섬유가 거의 없는 인스턴트식품 섭취, 다이어트나 지나친 소식 등으로 장 기능이 떨어지고 변의 양이 줄어들면서 변비가 발생하게 된다.

변비에는 고구마와 다시마, 사과, 우엉이 효과적이다. 고구마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양질의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으로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마의 끈적이는 성분은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인 알긴산으로, 체내에서 수분을 흡수할 경우 섭취량의 200배까지 팽창하여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배변을 이롭게 하고 장내 발암물질을 흡착하여 배설되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사과에는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 성분이 풍부한데, 이 펙틴은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변비 해소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장을 튼튼하게 하여 설사에도 도움이 된다. 과육보다 껍질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장 건강을 위해서라면 사과의 껍질까지 먹는 것이 좋다. 근채류 중 식이섬유를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우엉은 노폐물 배출로 장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일부 남성들은 흡연이 배변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습관이 된 남성들은 단지 뇌가 조건반사를 일으켜 배변을 촉진하는 것일 뿐 장운동과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흡연보다는 변비가 심한 경우 틈틈이 배 마사지를 해주자.

배 마사지는 손바닥으로 힘을 줘서 배꼽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문지르면 되는데, 간단한 방법이지만 변의를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다. 복식호흡도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나오게 하고 내쉴 때 들어가게 하여 몸 속에 많은 양의 산소가 들어가고 탄산가스가 배출되도록 하면 대장 연동 운동이 활발해져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다.

김소형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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