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사랑카드

 

올해 3세가 되는 자녀를 둔 박모(34·여)씨는 최근 '아이사랑카드'라는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다. 박씨는 자주쓰는 한 카드만 사용하자는 주의지만, 이 카드를 발급받아야 보육료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는 3월부터 소득에 상관없이 보육료 지원이 시작되면서 박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일부 카드사들이 슬며시 웃음 짓고 있다.

아이사랑카드의 발급으로 잠재적 고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사랑카드 사업자로 선정된 KB국민·하나SK·우리카드는 올해에도 이 사업을 맡아 진행하게 된다.

아이사랑카드란 기존 어린이집에 보조금 형식으로 주던 보육료 지원금을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기 위해 도입한 신용·체크카드다. 따라서 아이사랑카드를 우선 발급받아야만 보육료 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보육료 지원혜택을 받고 있는 아동은 135만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까지 만 3~4세의 아동의 경우 소득하위 70%일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전 계층으로 확대됨에 따라 지원대상이 늘어났다.

이는 아이사랑카드를 발급 받아야 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0∼5세 모든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고, 어린이집ㆍ유치원에 보내지 않을 경우 월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원 방법은 '아이사랑카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여 카드 보급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육료 지원신청이 시작된 지난 4일에는 신청 사이트인 '복지로'가 갑작스런 방문자 증가로 서버가 마비되는 등 국민적 관심도 지대하다.

사실 카드사에게 아이사랑카드는 크게 이익이 남는 상품이 아니다. 지난 2011년까지 신한카드가 단독 사업자로 운영해 오던 상품을 KB국민·하나SK·우리카드 등이 사업권을 따기 위해 수익성이 거의 없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공적인 사업을 위해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수수료 등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며 "밴(VAN) 수수료를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없지만 카드사가 이 사업에 치중하는 이유는 잠재적 신용카드 사용고객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평균 신용카드 3.3장이고, 체크카드는 2.2장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포화시장 가운데서도 복지정책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카드사에게는 수익보다 더 큰 이득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 카드사가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아이사랑카드 사업을 하고 있는 건 고객 수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며 "성장동력을 찾느라 고심 중인 카드사에게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카드의 경우 오는 3월 분사를 앞두고 이번 사업이 경쟁력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B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도 정체기에 빠져 있는 카드업계 판도를 이번 사업을 통해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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