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도 아닌, 입증 가능한 것도 아닌 사례 위험성

[우먼컨슈머·로라인 법률컨설팅 이병권 대표] #1. 2019년 12월 오랜만의 연락을 받고 동창회 식사모임에 참석한 회사원 A씨가 모임의 핵심인 B씨와 C씨의 행동이 못마땅하자 다음날 “초등학교 재학 중이던 2000년 욕설과 폭행 및 금품 갈취를 당하였다”는 폭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동창들로부터 이 소식을 알게 된 B씨와 C씨는 A씨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재판 결과를 예측해보았다.

가상의 판결문은 오래전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함에 있어 비사실인 진술(C씨에 의한 금품 갈취)과 사실의 증명이 어려운 진술(B씨에 의한 욕설과 폭행을 당함)을 혼합하여 비사실인 진술이 소송과정에서 부정당하거나 당하도록 하고 그럼에도 사실 증명이 어려운 진술을 통해 ‘허위사실’도 되지 못하며,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이 아닌 상태가 되는 허점을 이용하는 사례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가상의 판결문이다.

또 가상의 시나리오의 다른 예상 결과로는 A씨의 진술이 ‘사실이라 믿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라고 판단하게 된다면 법원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판결할 것이며 폭로자는 처벌 된다하여도 수위는 높지 않을 것이며 제3자로 하여금 폭력이 ‘사실’이 되는 오해로 인해 폭로 당한 이의 인격과 명예를 실추 시킬 수 있는 사태의 촉발도 예측된다.

최근의 잇따르고있는 ‘명예훼손’ 소송은 학폭 미투에 편승해 앙심에 의해 폭로를 하고 폭로자는 위 두 개의 결과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기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음이 우려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판결문>

학교폭력 폭로자 무죄 선고

2021. O. OO.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기사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고, 가사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없었으나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명예훼손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판 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20. O. OO. 피해자 외 1에 대하여 초등학교 재학 중 이던 2000년 O월경 수회 욕설과 함께 폭력을 당했으며,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하여 금품을 갈취하였다”라고 함에 있다.

나. 기초사실

원심이 적법히 증거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O년 O월 OO일 페이스북(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하여 “2000년 O월경 초등학교 재학 중 등하교 시에 수회 욕설과 함께 피해를 당했다”며 정보통신망을 통해 적시 하였지만 공소사실이 적시한 위와 같은 말 외에 공소외 1에게서 “돈을 갈취 당하였다‘는 내용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수사 기록 14쪽).

다. 피고인이 “욕설과 함께 폭력을 당했다”라고 말한 부분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반된 진술로 인하여 “비판적 내용의 사실적시가 허위라고 읽혀지지 않는 한 위 일부 사실적시 부분만을 따로 떼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등 참조)할 것이며 형법 제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적용하기 위하여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며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라. 소결론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인바, 이와는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다른 사실적시 부분의 보충적인 적시로 본 원심의 판단은 명예훼손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마. 여 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사실의 적시인 부분은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명예훼손죄에 있어 사실의 적시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법원이 공소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이에 포함되고 이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에게 일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하더라도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에서 기재와 같은 바, 위 제2의 다, 라, 마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OOO(재판장) OOO 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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