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키 넘겨받자마자...공정위 재벌2세에 강경자세
동일인 차명 소유회사와 총수일가 보유 10개 계열사 누락 혐의
[우먼컨슈머= 김정수 기자] 최근 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로 그룹 지휘권을 넘겨받은 2세 경영인 정몽진 회장을 공정위가 고발했다.
정몽진 회장이 지난 2016~2017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본인과 친척이 보유한 KCC 납품업체 등 10개사와 친족 23명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다. 지정자료를 제출할 때는 혈족 6촌, 인척은 4촌까지 기재가 의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을 지정하기 위해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 주주·비영리법인 현황 및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실바톤어쿠스틱스을, 친족이 보유한 ㈜동주, ㈜동주상사, ㈜동주피앤지, ㈜상상, ㈜티앤케이정보, 대호포장㈜, 세우실업㈜, 주령금속㈜, ㈜퍼시픽콘트롤즈 등을 누락하고 2017년 말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차명보유 사실이 드러난 이후 2018년이 되어서야 자료를 제출했다.
정 회장의 동생 등 가족은 미편입계열사를 KCC 납품업체로 추천하고 2016년경 정 회장이 관련 거래를 KCC 대표이사로 승인한 바 있으며, KCC 구매부서 직원들은 위 회사들이 특수관계 협력업체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사실상 회사들의 존재를 인지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실바톤어쿠스틱스 설립 당시부터 정 회장이 관여해 실질적으로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고, 누락된 친족도 외삼촌이나 처남 등 정 회장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또 친족들의 존재와 사업 영위를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누락된 기간 동안 미편입계열사들은 사익편취 금지 등 경제력집중억제시책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으며 계열사 누락으로 KCC는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다.
아울러 KCC는 2016~2020년 지정자료 제출 시 ㈜세우에스아이, ㈜스윙인슈, ㈜엔씨씨, 아일랜드㈜를 누락했지만 친족 지분율이 낮고 일부 회사는 폐업하는 등 계열사 여부 판단이 어려워 경고 조치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의 근간을 훼손하는 계열회사 및 친족 누락 행위를 엄중히 제재하여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동일인이 지정자료 제출 의무자로서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위치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그 의의가 있다"고 했다.
또 "차명주주 이용, 친족 누락 등을 통한 위장계열사 은폐 행위는 대규모기업집단 규제를 봉쇄하는 등 위법성의 질이 더욱 나쁘다는 점을 고려해 적발 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