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해...사법부의 올바른 판단 촉구"
면죄부는 기업이 표시광고 어겨도 법이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라는 나쁜 선례 남겨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CMIT, MIT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및 관계자들에게 최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한국소비자단채협의회는 15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1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들고 있는 피해자 (사진= 뉴시스)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1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들고 있는 피해자 (사진= 뉴시스)

1994년경 가습기살균제 출시 이래 23년만인 2011년 8월말 정부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등을 겪은 다수의 피해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16년 검찰측 재조사로 진상파악의 물꼬가 터졌지만 올해 1월 12일 사법부는 SK케미칼, 애경산업 당시 대표 및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판결이다.

피해자측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항소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를 확정한 옥시 등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및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과 SK케미칼·애경산업 등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은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했다. 

PHMG 및 PGH는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CMIT 및 MIT는 이 사건 폐질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SK케미칼을 비롯한 애경산업, 이마트, 필러물산 등 임직원 13명, CMIT, MIT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단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슬픔을 감출 수가 없다"며 사망한 피해자와 폐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몸이 '입증되지 않은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체에 해로운 독성물질을 만들고 판매한 사업자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무죄판단으로 면죄부를 얻었다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를 지켜 본 다른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표시광고를 어겨도 법이 입증하면 유죄고, 법이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가 될 것이란 잘못된 믿음을 갖게 만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협은 "제품을 만든 기업이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고 제품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라며 사법부 판단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 모든 소비자들을 우롱한 사건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제품으로 우리에게 같은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고, 피해를 유발한 가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 소비자는 다시 한번 사법부의 정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등이 법원의 '가습기 메이트' 제조 판매 업체 1심 무죄 판결과 관련, 피해 증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등이 법원의 '가습기 메이트' 제조 판매 업체 1심 무죄 판결과 관련, 피해 증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한편 지난해 7월 기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6,817명 중 사망자는 1,553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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