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급증...오하이오에서 한국행...고국 방문객 동행 취재기

[우먼컨슈머 뉴욕= 이인세 특파원] 연초부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서 극한상황으로 몰리는 중소 자영업들의 ‘먹고사는 일’은 어떨까.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교포무역업자를 따라 가본다. <편집자 주>

11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모습 (사진= 뉴시스)
11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모습 (사진= 뉴시스)

미국 중북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김상철씨(54)는 지난 9월 30일 시카고발 인천행 대한항공을 타고 한국을 찾았다. 매년 서너차례는 무역 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탓에 한번도 오지 못했다. 이번에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한 후 한국 공장을 찾았다.

미국은 2월말부터 모든 것이 얼어붙는 공황상태가 되버렸다. 하루 1000명이 넘는 코로나 사망자가 나오자 50개 주들은 봉쇄조치를 취했다.

뉴욕주는 최악의 상태였다.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해외 난민, 불법체류자, 등등 모든 인종들이 뒤섞여 바이러스 온상처럼 됐기 때문이다. 시체는 검은 플라스틱봉지에 담겨 냉동차속에 버려졌다.

3월이 되자 거의 모든 주가 봉쇄령을 내렸다. 2달여간 모든 비지니스를 폐쇄하라는 법령이 발표되고 회사와 상가 할 것없이 자물쇠가 채워진다. SHOT DOWN셧다운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문을 열 수 있는 곳은 생필품을 파는 식품점, 약국, 자동차 수리점 등 일반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품판매점뿐이었다. 그 것도 오후 8시까지다.

시민들은 사재기를 시작했다. 화장실용 티슈가 가장 먼저 동났다. 이어 마스크였다.

두 달여가 지난 5월이 돼서야 빗장은 조금씩 풀리게 되고 미국 소시민 자영업자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기위해 허리끈을 조여매기 시작한다.

코로나가 퍼진지 겨우 3달 남짓한 상황인데도 미국은 이미 수백만의 확진자와 1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하는등 코로나 창궐국가라는 오명을 안게된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더 이상의 자영업 폐쇄는 없었기에 소시민들의 영업은 지속되었지만 그 여파는 너무도 심각했다.

그나마 다행은 마스크의 수급이 원활해지고 검사키트공급도 여유가 생겨 언제든지 코로나검사를 받을 수 있게됐다.

재선을 의식한 트럼프대통령이 더 이상 경제 봉쇄를 하지 않아 자영업자들은 장사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심각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인들 특유의 마스크 거부 문화와 대통령의 돌출행동은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의 마스크 안쓰기에 불을 붙였다.

트럼프는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그의 추종자들은 이를 따랐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다. 여름철이 지나면서 확진자는 100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2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티켓을 예매한다.

400여 명이 넘게 탑승할 수 있는 인천행 보잉777기는 고작 50여명을 태운채 이륙했다. 트랩을 나가자 마자 공항 주변은 방역복을 입은 당국자들과 승객들이 얽혀 부산스럽다. 김씨 발열체크를 한 뒤 여권과 전화기, 미리 준비한 한국의 가족 거주지를 확인하는 재적등본 등을 담당자에게 보여준다. 전화기에 14일 자가격리시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먼저 깔았다.

짐을 찾은 뒤 도착장의 한쪽 구석에 마련된 해외교민들을 위한 곳에서 대기했다. 목적지까지의 교통편을 지역별로 방역당국이 제공했다.

김씨는 9시가 넘는 밤늦은 시간에야 고향에 돌아왔다.

이틑날인 10월1일부터 2주간의 격리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15일까지 실내에만 거주해야 한다.

첫 날 오전부터 어김없이 시청의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내일 오전중으로 방역당국에서 코로나검사를 실시키 위해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어플에는 위치추적장치가 깔려있어 짧은 거리의 동선도 확인이 된다.

10월16일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 김씨는 드디어 자유로운 몸이 됐다. 지인들에게 음성판정 문자를 보냈지만 반기는 눈치만은 아닌듯 했다.

11월이 접어들면서 코로나 1단계 수준에서 방역당국은 그동안 굳게 잠갔던 소상공인들의 빗장을 열어준다. 노래방, 식당, 카페, 주점 등의 먹거리,놀거리 업자들에게 숨통을 트여준 것이다. 일반인들은 그 동안 풀지 못했던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거리로 나섰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반짝 열기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즈음 미국에서는 11월3일 대선 결과에서 결국 트럼프가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11월 중순이 지나면서 한국도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하루 확진자가 200명 대에서 300명 대로 치솟더니 월말경에는 500명 대로 뛰었다.

2기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반짝했던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다시 시작된다. 카페는 출입이 금지되고 식당, 노래방 등 소규모 자영업들의 영업이 9시로 마감된 것이다. 김씨 역시 업자들과 만나면서도 오후 5시에 저녁을 먹고 서둘러 철수를 하기는 일반인들과 마찬가지였다.

어느 하루 김씨는 오후 4시에 커피점에서 테이크아웃을 한 다음 , 6시에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가져간 커피를 마시면서 시계를 보다가 9시 땡하고 식당을 나왔다.

김씨는 악화되는 상황속에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코로나가 심각해져가는 상황에서 업자들과의 미팅도 여의치 않았다는 판단하에 내년을 기약하는것이 낫다는 판단한 것이다.

돌아가기 위해  인천공항 터미널을 찾은 김씨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썰렁함에 한기조차 느낀다. 해외 여행을 하는 국내인들로 1,2백여명은 예사로 줄을 서야했던 출국장엔 아예 여행객이 보이지 않는다.

면세점의 풍경은 더욱 심각하다. 술,담배 코너에는 서너명의 고객이 서성대고 있고 신라면세점 화장품 코너에는 아예 단 한명의 손님도 없다. 미리 전화로 구매를 예약해 놓은 김씨가 유일한 고객이다. 명품 면세점에는단 한명의 고객도 없었다.

보딩할 승강장의 번호는 터미널2의 46번. 탑승시간 20여분을 남겨두고 발걸음을 제촉한 김씨는 46번 입구에서 다시 한번 놀랐다.

승객이 10여명 남짓만 모여있었던 것이었다. 이륙한 뒤 남자 승무원이 말을 건넨다. “오늘 탑승한 승객은 일등석을 합쳐 모두 17명”이란 얘기다. 승객보다 승무원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모든게 코로나가 남겨준 풍경이다.

11시간만에 도착한 시카고 공항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늘 붐볐던 도착장은 썰렁하다.

터미널 밖에는 단 한대의 택시조차 보이지 않는다. 승객을 단 한명도 태우지 못한 공항 셔틀버스들이 줄지어 터미널을 돌 뿐이다.

렌트카 조차 승객이 없다. 김씨가 예약한 NATIOAL내셔널 렌트카에 2명의 승객만 줄을 서있다.

김씨는 내일부터 직장인 뷰티 서플라이에 출근해 늘 그랬듯이 손님을 맞을 것이다.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매니저의 말도 수긍이 간다. 가게문을 아직 봉쇄조치가 없어 문을 열어놓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다.

차라리 문을 닫고 코로나가 잠잠해 질때까지 집에서 나오지 않는게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캘리포니아는 집봉쇄령까지 실시하고 있는 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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