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국민 납득할 판결 이끌어낼 것"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국내외 담배회사에 530억 원대 소송을 걸었다가 1심에서 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항소한다.

(우먼컨슈머 / 출처= 픽사베이)

건보공단은 10일 KT&G(주), 한국필립모리스(주), BAT코리아(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6년 전인 2014년 4월, 건보공단은 담배로 인해 3400여명에 달하는 흡연자에게 폐암, 후두암이 발병했고 보험급여 명목으로 약 533억원이 지출됐다며 보전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제22민사부, 홍기찬 부장판사)은 담배의 결함, 담배사의 불법행위 및 흡엽과 폐암 발병 간의 인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원고(공단)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서홍관)는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담배의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고, 미국을 비롯하여 선진국들에서는 주정부가 나서 담배회사들과의 소송을 통해 거액의 배상액 합의를 이끌어내었다”고 강조하며 국제적인 추세에 역향하는 판결이라 비판했다.

대한보건협회(회장 박병주) 또한 보건의료 분야 15개 회원 학회와 공동으로 “공중보건과 국민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담배제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판결”이라면서 “국민보건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재판부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건보공단은 소송대리인단 및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1심 판결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내·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을 진행할 소송대리인 선임을 위해 공개입찰절차에 돌입한다.

백유진 대한금연학회장은 “공단의 담배소송은 역사적 기록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으며 김동현 한국역학회장은 “이번 판결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확인된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적 관련성에 관한 역학적 연구 성과가 정작 법정에서 부정당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초래하였고, 항소심에서는 법적 정의가 과학적 사실에 부합해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항소를 지지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출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1심은 패소했다. (사진= 뉴시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출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1심은 패소했다. (사진= 뉴시스)

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공단의 담배소송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작하였고, 결국 대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항소심에서는 보다 면밀한 준비를 통해, 보건의료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의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1심 판결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 흡연과의 인과관계
-공단과 담배사 소송에서 다뤄진 암종은 편평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이다. 흡연과의 연관성에 있어 폐암(선암)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선암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기준으로 인과관계를 불인정했으므로 의학계의 일반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다.

◆ 담배의 중독성
-흡연이 의지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중독질환'이라는 점은 사회 전반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도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가 흡연자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판시한 것은 잘못됐다.

◆ 미국 담배사와 국내 담배사들 간 담배 제조 과정이나 행태들이 과연 다를까
-미국 연방법원은 미국 담배회사들이 중독성을 강화시키도록 필터 설계, 암모니아 첨가, 담배엽 혼합 등 의도적으로 담배를 설계해 온 사실, 저타르·저니코틴 담배가 덜 해롭다는 것처럼 미국 국민을 기망해 온 사실 등을 인정했다. 2017년부터 담배회사들은 법원의 명에 따라 직접 광고를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그 진실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 소송에서 국내 자회사인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에게까지 면죄부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직접 청구 가능 : 재판부는 흡연 손해 주체가 건보공단이 아니므로 직접 손배청구를 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담배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일반 보험사고는 우연성을 본질로 하지만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는 것은 우연성을 넘어 ‘과학적 필연성’이 있다. ‘예정된 사고’에 해당하고, 통상적인 보험사고와는 달리 보아야 하므로, 결국 공단은 직접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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