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조직문화·예방교육 3대 분야 11개 과제 수립

서울시청 (사진= 김아름내)
서울시청 (사진= 김아름내)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공동위워장 김은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10일 대책을 발표했다. 비서 성추행 의혹을 받은 박원순 시장이 숨진 지 5개월여만에 나온 대책이다.

특별대책위는 여성단체, 학계,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9명과 내부위원 6명 등 총 15명으로 8월 7일 구성됐으며 총 18회에 걸친 회의 끝에 제도, 조직문화, 예방교육 등 3개 분야 11개 과제를 수립했다. 지난 7월 여성가족부 현장점검 시 나온 요청사항과 5급 이하 직원으로 구성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 제안도 반영됐다. 

우선 특별대책위원회는 피해자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절차를 재구성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는 각 단계별로 기능이 분절돼 사건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피해자는 여성권익담당관, 인권담당관, 조사담당관, 인사과에 상담, 신고, 조사, 징계 과정에서 지속 노출됐으며 조력자 또한 부재했다. 

이에 특별대책위는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이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고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 여부를 결정하면 감사위원회는 재조사없이 징계를 요구, 인사위원회는 타 안건보다 우선 처리해 4개월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내부=은폐, 외부=공정이라는 공식은 부적절하며 사건 발생 시 서울시가 직접 책임지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성희롱 없는 직장환경 조성에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권익조사관은 관련분야 경력자를 별도로 채용하고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과반수 이상 참여토록해 조사 및 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하는 것으로 제도화했다. 사건 인지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다. 

관련 부처에는 자치단체장의 사건 신고 접수 시 직무배제 요건 및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 될 수 있도록 건의하도록 했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여성폭력방지법에 기초해 2차 피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공무원 징계규칙’ 등에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명확히 했다. 2차 피해 처리절차를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와 동일하게 운영하고 사건 발생시 익명게시판 등을 집중 모니터링한다. 2차 피해를 정확히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교육도 강화한다. 

신분노출을 우려해 내부 상담을 꺼리는 피해자를 위해 민간 성폭력 상담소 등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해 선택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가 외부 수사기관에 신고했더라도 피해자가 원한다면 수사와 병행해 내부에서도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시는 그간 수사기관에 신고된 사건은 수사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별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사건처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사례와 징계 등 최종 처리결과를 반기별로 공개토록 했다. 이 경우 사건 조사 시 피해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도록 가공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세대별․성별 인식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를 상설 운영한다. 혁신위원회가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면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반영해 구성원들의 신뢰를 구축하도록 운영한다.  

시장 비서실 직원은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장을 실시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분야 업무지침’을 마련한다.

매년 정기적으로 성차별·성희롱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조직문화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진단 및 컨설팅을 통해 위계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성인지 교육을 강화한다.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세대별·직급별 인식의 차이가 크고 더 이상 참지 않는 젊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관리자들의 인식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는 맞춤형 특별교육을 통해 사건 발생 시 관리자의 역할과 더불어 위력에 대한 인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소통역량을 향상시킨다. 또 성인지·성폭력교육 이수현황을 시민들에게 공개하여 책임성을 높이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미흡했던 별정직 및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수 현황을 별도 관리하고 시장단 비서실 직원의 경우 성인지·성폭력 예방교육 100% 이수 의무제를 추진한다.  

일반 직원에 대한 교육내용 또한 이론 중심에서 탈피하여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시스템, 피해자 보호대책, 가해자 처벌 등 실질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주변인 조력·지원방식 교육 및 2차 피해 예방교육도 강화한다.

김은실 공동위원장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개인 간의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라 조직 내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며, “따라서 가해자 조치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권한대행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서울시가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특별대책위가 발표한 대책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내에 이행사항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 결과 권고사항도 추가적으로 반영해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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