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로 보험급여 보존위한 소송 제기
재판부 "보험급여 비용 지출, 의무 이행이자 자급 집행에 불과, 공단이 감수할 불이익"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 (주)KT&G, (주)한국필립모리스, (주)BAT코리아(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소송에서 6년만에 패소했다. 건보공단은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담배 (사진= 뉴시스)
담배 (사진= 뉴시스)

서울중앙지방법원(제22민사부, 홍기찬 부장판사)은 20일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공단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들이 수입, 제조, 판매한 담배로 인해 3456명의 흡연자가 폐암·후두암이 발병했고 보험급여 명목으로 약 533억원을 지출했다며 보전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단체 등이 금연 캠페인에 동참하며 건보공단에 힘을 실어줬으나 법원 판결은 기존과 같았다. 당시 건보공단은 20년 이상 하루 한 갑씩 흡연에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에게 공단 측이 지출한 10년치 진료비를 빅데이터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의무를 이행한 것이자 자급 집행에 불과하다"며 "공단이 감수할 불이익"이라고 했다. 이어 보험급여 지출은 담배사들의 위법행위보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에 따른 지출이라고 하고 "담배회사 행위와 보험급여 지출 사이에 상당인과간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직접 피해자로서 (건보공단이)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흡연의 손해 주체가 건보공단이 아니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담배회사 측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건보공단이 주장한 담배회사의 설계상, 표기상 결함도 없다고 봤다. 건보공단이 변론과정에서 "담배회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담배 유해성·중독성을 은폐해 대중일 기망했다"고 주장하고 경고문이 구체적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 표시상 결함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재판부는 "니코틴,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있다거나, 이를 줄일 방법이 있더라도 채용하지 않는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으로 보기 어렵고 담배회사는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나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표시 문구를 담뱃갑에 표시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패소했다. (사진= 뉴시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패소했다. (사진= 뉴시스)

6년간의 공방 속에 1심 패소 직후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라며 "건보공단이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대해 법률적인 인정을 받으려 노력했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항소 의사를 전했다. 

김 이사장은 "사회적으로 아직은 담배 피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의 형성이 부족하다"면서 "건보공단이 그동안 꾸준히 노력했으나 앞으로 사회적 인식이 더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서홍관) 또한 "법원은 담배회사 손을 들어줌으로써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무책임한 판결을 내렸다"면서 "담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매년 8백만 명이 사망하고 우리나라에서만 6만2000명이 사망한다. 피고인 담배회사들은 국민들에게 질병을 일으키며 천문학적인 이득을 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배회사들은 피해를 입은 흡연자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그 피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사법부는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