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콘크리트 광장 오명에서 녹색 생태문명거점 공간으로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이 시민단체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16일 첫 삽을 떴다. 서울시는 이날 지난 4년간 시민과 함께 구상한 '걷기 편하고 공원같은 광장'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광장 동측인 주한미국대사관쪽 도로를 양방향 7~9차로로 확장하고 서측인 세종문화예술회관을 광장에 편입해 보행로를 넓히는 공사다.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 2020년 11월 16일 (사진= 김아름내)

시는 광화문포럼, 광화문시민위원회 등을 통해 4년간 300회 넘게 시민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시민의 요구를 수용해 사업 추진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교통수요관리, 광장의 물리적 형태, 주변과 연계 등에 대한 지속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강행됐다고 주장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 2020년 11월 16일 (사진= 김아름내)

시민단체는 "고 박원순 시장이 지난 5월 23일 광화문시민위원회 운영위원회와 면담 후 진행된 시민사회단체 면담에서 '사업을 중단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27일 시장 주재회의에서 '시민과 약속된 사업인 서울시정은 중단없이 계속돼야한다'고 했기에 시장대행체제임에도 추진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00회 시민소통의 성과가 '중단없이 추진하는 것'인지 서울시는 자문하길바란다"며 "지금이라도 졸속적인 공사 추진을 중단하고 내년 4월 취임할 새 시장의 책임하에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16일 사업 시작을 알렸다. 

시설 현황 및 기본 계획 (서울시 제공)

시에 따르면 광장 동측도로 확장·정비 공사는 지난해 서울시의회 의결을 거쳐 편성된 올해 예산 101억원이 투입된다. 공사는 내년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광장의 시민이용 제한을 최소화하면서 안전을 위해 별도의 보행자통로를 확보하고 안전도우미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광장 서측편 보도 일부 구간은 구역별로 나눠 내년 1월까지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가 실시되며 차로는 내년 3~4월 발굴조사를 추진한다. 이어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새로운 광화문광장 시설물 조성공사'가 진행된다. 키 큰 나무 37종 317주, 키 작은 나무 30종 6700주, 꽃 33종 33,341본, 잔디 2,698m2 및 판성포장, 해치마당 리모델링, 바닥분수 등의 시설물 공사가 이어진다. 공사비는 362억원이다. 

광화문광장 공사기간 시민 불편이 없도록 시내버스 노선 등을 탄력적으로 배치하고 서울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네비게이션, 라디오 등으로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16일 오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시 유튜브 캡처)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시민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 광장에 대한 결과물을 발표하고 오늘 착공에 이르렀다"며 "아직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으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보완과정을 통해 완성형이 아닌 진화형의 광화문 광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서 권한대행은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바쁜 도시 서울의 표정을 바꿀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시민들의 기대가 헛되지 않게 하겠다"며 "회색을 벗고 녹색의 생태문명 거점의 공간으로, 시민에게 (광화문광장을)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시장 공백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을 '졸속추진'한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흔들림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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