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단독 재산세 세율 인하 추진...서울시와 이견

[우먼컨슈머= 임학근 기자] 전국 최초로 해외입국자 전수검사, 지역 내 초중고 51개교에 발열체크 AI 로봇 배치, 한 번에 10명을 검사할 수 있는 취합검사법 도입, 아파트 승강기에 항균필름 시공 등에 나선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지난 14일 대한민국헌정회에서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헌정대상' 시상식에서 자치행정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조 구청장은 혁신행정 선도는 물론 코로나19에 대응한 신속한 방역 추진, 지역현안과 숙원사업 해결을 통한 지역발전의 전기 마련, 각종 대외평가와 해외평가 수상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코로나19 전부터 서초구는 굵직한 지역현안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자치구로 꼽힌다. 횡단보도 앞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을 비롯해 '활주로형 횡당보도', '서초형 1인가구 정책', '스마트시니어' 사업, 서리풀 터널 개통, 잠원 고등학교 유치, 권역별 도서관 건립,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영주차장 확대 등을 통해 지역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정부혁신1번가 혁신우수사례에서 서초구는 243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위인 금메달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서초의 생활밀착형 1℃ 행정으로 주목받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에 따라 서면인터뷰로 만남을 대신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 서초구에서 '청년 기본소득 실험'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서초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일정액수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이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본소득이 효과가 있는지, 정책적으로 고려돼야할 부분은 없는지 분석해 정책효과를 미리 확인해보는 사회정책실험이다. 

지난 6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용역을 통해 실험 설계를 했다. 만 24~29세 청년을 무작위로 1,000명을 선정해 300명에게는 1인 가구 최저 생계급여에 준하는 월 52만원을, 나머지 700명은 통상적인 참여수당을 실비로 준다. 2년간 온라인 조사와 FGI 심층면접을 통해 고용과 구직활동, 연애와 결혼 출산 등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비교하는 내용이다. 

청년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정책 실험은 국내 첫 사례다. 국내에서 기본소득정책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사전에 체계적 검증을 한 사례는 없었다. 공허한 탁상공론의 입씨름만 말고, 정책 효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사전에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듯, 많은 재정이 들어가는 사회정책도 이같은 검증과정을 거쳐야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실험 대상을 청년으로 정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쌓으며 열심히 노력하지만 졸업 후 취업난을 겪는다.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6월에 26.8%로 역대 최고치이고 올해 대학졸업생도 절반 이상은 취업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청년들은 큰 위기에 처해 있다.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통해 공정한 기회를 주고, 실제로 생산적 경비로 쓰이는지, 소모성으로 그치는지 사전에 '과학적임 검증'으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 바로 시행하지 않고 실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은 ‘과학’이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주먹구구로 할 게 아니라 사회정책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증 자료를 근거로 추진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을 주먹구구로 하면 예산낭비와 시행착오를 막을 수 없다. 현 정부가 지난 3년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진행한 게 60개 사업, 77조 2천억 원이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내 호주머니 돈 쓰듯 하면 안 된다. 전문가들의 추산으로는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30만원을 지급할 경우 180조 이상, 또 50만원일 경우에는 300조가 넘게 든다고 한다. 지금 정치권 등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수백 조가 들어갈 기본소득을 무턱대로 실행하면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여름이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을 만들 때도, 1년 동안 시범사업을 통해서 사전 검증했다. 처음 서초구가 시작할 때 서울시가 도로법상 부속시설물이 아니라며 규제했지만, 1년 간 예타처럼 시범사업을 하니 효과가 좋아서 타 지역구로 퍼져갔다. 이제는 행안부에서 ‘폭염대비 그늘막설치관리 지침’의 모델이 되는 등 전국 표준이 됐다.

청년기본소득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과연 효과가 있는지, 정책실험을 통해 미리 확인해서 국민 혈세가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 재원마련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총 예산은 연 22억원이다. 예산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예정이다. 연례적 사업이나 각종 행사성 경비, 소모성 경상경비 등을 축소해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서초가 돈이 많은 부자구라서 한다는 오해도 있지만 구의 재정은 넉넉하지 않다. 재산세 공동과세로 지난해만 해도 1,000여 억 원을 서울시에 내는 등 실제 재정력은 서울 25개구 가운데 하위권인 21위다.

넉넉치 않은 재정 여건이지만 청년기본소득이 효과가 있는 정책인지 실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 서초구에서 단독으로 재산세 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재산세 50%를 감면하는 조례 개정안이 구의회에서 통과됐다. 추진하게 된 계기는?
1가구 1주택 실소유자는 투기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보호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세금 폭탄을 맞아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구청장으로서 도울 방법을 찾다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시지가 9억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50%를 감경하게 됐다.

9억원이상의 주택은 정부가 종부세로 거둬감에 따라 실질적인 인하 혜택이 없어 제외했다. 재산세의 50%를 거둬가는 서울시의 공동과세 분은 제외하고 나머지 서초구 자치구 분의 재산세 세율만 인하했다.

지방세법 제111조 제3항의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산세 표준세율의 50% 범위에서 재산세를 감경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은 '사회 재난' 상홤임으로 해당 규정에 근거해 재산세 세율 인하를 추진해왔다. 

서초구는 이번에 퍼스트 펭귄이 됐다. 남극 펭귄은 물에 뛰어들 때 주저하다가 용기 있는 하나가 먼저 물에 뛰어들면 같이 뛰어든다고 한다. 이번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 조치는 다른 지자체와 정부에서도 함께 동참해 달라는 시그널이다.

강북, 노원, 도봉구처럼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이 99.9%인 지역구청장들께서 먼저 재산세 감경을 외쳤어야 하지 않나 싶다. 구청장 재량 범위 안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세수가 부족하면 정부에 보전해 달라고 요청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주민의 고통을 일선에서 접하는 목민관의 자세 아닐까 싶다.

정부에서 재산세를 감경해주겠다고 7월경 언급해놓고 10월이 지나가는데도 발표가 없다. 어서 빨리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의 세금고통을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서울시는 관련 서초구조례안이 지방세법에 없는 구간을 신설하는 것이어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즉 지방세법을 어겼기에 법적 대응한다는 입장인데...
서초구는 서초구의회에서 의결한 ‘서울특별시 서초구 구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6일 서울시로 이송했지만 시는 7일 ‘상위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단 하루 만에 재의요구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의 기준이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서초구는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한 적이 없다. 과세표준 구간이라는 것은 세금을 징수하고 부과하는 표준구간인데, 우리는 세금을 감경한 것이지 과세한 게 아니다.

시는 단 하루만의 재의요구를 했다. 우리 구는 이번 재산세 세율인하와 관련해 조세관련 전문 변호사,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시의 재의요구에 대한 심도 깊은 회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의견을 들어보고 이견이 없다면 조례를 공포하려고 한다.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에 대해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방자치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까지 역임하고 현직 장관으로서 공식적으로 말한 만큼 서초의 재산세 감경은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 2004년도에는 서울 20개구에서 최대 30%까지 세율인하를 했고 2005년도에도 서울 15개구에서 최대 40%까지 세율을 인하한 사례가 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구민들의 어려움을 생각해 하루빨리 환급을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행정을 하면 안 된다.

◆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서리풀 원두막' 등 조 구청장의 생활행정이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어떤 정책에 주력할 예정인가. 
주민에게 진정으로 도움되는 행정을 위해서는 나무도 보고 숲도 봐야한다.

서초의 모든 행정에 1도의 정성을 더하고 있다. 물은 99도까지 끓지 않다가 1도를 가하면 액체에서 기체가 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서리풀원두막을 언급했는데 서초구에서 시작한 것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대표적 사례로 많은 보람을 느낀다.

1인 가구 특성에 맞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과거 4인 가구가 많았지만 2015년부터 1인 가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현재 서초구 1인 가구는 전체의 34.1%로 1~2인 가구를 합하면 60%가 넘는다.

서초구는 2018년 말부터 ‘서초구 1인 가구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전국 최초로 2019년 3월에 ‘1인 가구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1인 가구의 걱정은 '혼자 아플때', 집수리 등 '생활 도움이 필요할 때', '방범·안전이 불안할 때'라고 생각한다. 구는 간병 돌봄 서비스와 홈 방범시스템 등 안전 지원, 집수리를 돕는 '뚝딱이 서비스'등 7가지 '싱글싱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응도 좋다.

정부 또한 서초구 제도를 그대로 가져갔고 전국 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해 갔다. 올해에는 중장년 소셜다이닝과 자격증반, 정리정돈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같은 노력결과 9월 10일,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서초 1인가구 지원사업'이 최우수상을 받게됐다. 

앞으로는 '1인가구 집밥 프로젝트'와 '1인가구 주치의 사업'을 진행해 1인 가구를 더 꼼꼼히 챙길 것이다. 혼밥하기 좋은 식당을 선정해 편안하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이 취약한 1인가구를 위해 대사증후군, 한방, 정신건강 등 분야별 전문의가 관리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서초구는 1인 가구가 생활불편과 안전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