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코로나19에 기업들, 임원 자리 없애는 중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중 1968년 출생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60년~64년 출생자들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1970~74년생들은 많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아울러 올해 기업 임원 수는 지난해 보다 60명 정도 줄면서 내년도 인사에서 더 많은 임원 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대표이사 김혜양)는 상장사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을 줄 세우고 각 기업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등기임원(사외이사 제외), 미등기임원(비상근 제외)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7일 전했다. 

100대 기업 임원 변동 현황 (유니코써치 제공)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6871명으로 지난해 6932명보다 61명 줄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부터 국내 대기업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임원 수를 감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100대 기업 임원 수는 2018년 기준으로 일부 기업의 공시 방법이 달라지며 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2018년까지만 해도 1~2년차 신임 임원 명단을 정기보고서에 공개하지 않다가 2019년부터 이들까지 포함해 공시하는 기업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019년 100대 기업 임원 수는 2018년보다 80여 명 많아진 6932명으로 집계됐으나 2018년과 같은 방식으로 보면 실질적인 임원 수는 6750명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6680명으로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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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100대 기업 임원 연령대 변동 현황 (유니코써치 제공)

연도별 100대 기업 임원 수는 2010년(6000명)→2011년(6610명)→2012년(6818명)→2013년(6831명)→2014년(7212명)으로 증가했다가 2015년(6928명)과 2016년(6829명)에는 감소, 2017년 6900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서는가 싶었으나 2018년 6843명으로 다시 줄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올해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 업종들이 실적에 타격을 입어 초긴축 경영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일반 직원은 물론 임원도 자연스럽게 감축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봤다. 

◆ 100대 기업 임원 중 최연소는 1990년생...KCC 정재림 이사·현대종합상사 정두선 상무보

100대 기업 임원 6871명 중 CEO급에 해당하는 사내이사 등기임원으로 활약하는 출생년도는 60년대 초반(1960~64년)으로 확인됐다. 295명의 등기임원 중 143명(48.5%)이나 됐다. 

대표적인 1962년생 사내이사 등기임원으로는 동국제강 장세욱 부회장, GS건설 임병용 부회장, 삼성전자 한종희 사장, 현대차 하언태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이 있다. 삼성물산에서도 고정석 대표이사 사장과 정금용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70년 이후에 태어난 CEO급 등기임원도 21명이나 된다. 현대자동차 정의선(1970년)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 최윤범(1975년) 사장, 대한항공 조원태(1976년) 회장 등이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한화솔루션 김동관 대표이사는 1983년생으로 100대 기업 등기임원 중 최연소로 확인됐다. 非오너가 중에서는 1972년생 롯데칠성 임준범 상무보(공시기준 직위)가 최연소다. 

100대 기업 내 임원 출생년도 현황 (유니코써치 제공)

100대 기업 임원 전체 중에서는 1968년 출생자가 680명(9.9%)으로 최다 활약 중이다. 지난 해 635명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1년 새 45명(7%)이나 임원이 된 것이다. 반면 2018년과 2019년까지 재계를 쥐락펴락했던 1965년생은 작년 687명에서 올해 619명으로 68명 감소했다. 

이어 1967년생(657명), 1969년생(642명) 순으로 많았다. 1967~1969년 3년 사이에 태어난 임원은 1979명으로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임원의 28.8%를 차지했다. 1969년생은 지난해 560명에서 올해 642명으로 80명 정도 늘면서 1년새 14.6% 증가했다. 

1970년대생 임원 증가세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445명에서 올해는 519명으로 늘었다. 1971년생도 1년새 324명에서 424명 많아졌다. 

전체적으로 1960년대 후반 출생자들이 국내 100대 기업 임원이라는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196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지난해 보다 6.1%포인트 줄었지만 197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5.4%포인트 증가하며 대조를 보였다. 

김혜양 대표는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서 단행되는 인사는 임원 승진폭을 최소로 하고 발탁 임원수도 예전보다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언택트 시대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업종에서 IT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을 재편하려는 경향으로 국내외 핵심 인재들을 전면 배치하려는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인재들이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약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0년대생 젊은 임원의 적극적인 등용 바람은 국내를 대표하는 4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만 놓고 보더라도 1970년 이후 출생한 비율이 32.5%로, 임원 세 명 중 한 명꼴이었다. 

국내 단일 회사 중 임원 수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는 작년에 1969년생이 113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1970년(126명)이 1969년생(118명)을 앞질렀다 삼성전자에서 1970년대생이 1960년대생을 제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1970년 이후 태어난 X세대에 해당하는 임원 비율만 41.9%로 나타났다. 2021년 임원 인사에서 1970~1974년생들이 대거 임원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197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임원들이 25.3%였으며 SK하이닉스도 21.3%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도 19.9% 수준이다. 

올해 100대 기업 임원 중 최연장자는 1936년생 KCC 정상영 명예회장이다. 최연소 임원 또한 같은 회사에 있어 눈길을 끈다. 1990년생 정재림 이사는 케이씨씨 정몽진 회장의 장녀이다. 정상영 명예회장, 정몽진(1960년) 회장, 정재림 이사가 각각 30년대, 60년대, 90년대생으로 3代가 같은 회사에서 100대 기업 임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이사 외에 1990년생 최연소 임원은 한 명 더 있다. 현대종합상사 정몽혁(1961년생) 회장의 장남 정두선 상무보다.

非오너가 중에서는 네이버 정민영 책임리더가 1986년생으로 최연소 임원으로 조사됐다. 정 책임리더는 클로바 플랫폼 테크 리더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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