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접속차단 결정
"표현의 자유 최대한 보호할 필요있지만 사법체계 부정·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 아냐
신상정보 게시로 무고한 피해자 발생할 수 있어"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성범죄, 살인 등 강력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목적으로 개설돼 사회적 논란을 낳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박상수)는 2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서 회의를 열고 사이트 접속차단 결정을 내렸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화면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화면

방통심의위는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디지털교도소에 각종 신상 정보를 게시함으로 인해 이중 처벌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대해 비록 해당 사이트가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공익적 취지를 내세우지만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내용을 게재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국내 법령에 위반되는 범죄 등 위법행위를 조장해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점 ▲허위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도 강력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허용된 공개 및 제재 범위를 벗어난 것은 공익보다는 사회적·개인적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실제로 기대하기 어렵고 개별 게시물에 대한 시정요구만으로 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을 4인의 다수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접속차단 의견을 밝힌 위원은 박상수 소위원장, 심영섭, 김재영, 강진숙 위원이다. 

반면 사이트 전체 차단은 과잉규제의 우려가 있고 강력 범죄자 형량에 대한 사회적 압박 수단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운영진의 취지까지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은 유보하자는 소수의견도 제시됐다. 소수의견은 이상로 위원이다. 

전체 사이트 결정에 앞서 민원 신청에 의한 명예훼손 개별 게시글 6건을 논의한 결과 심의위원 전원 의견으로 신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 및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내용(‘정보통신망법’ 위반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시정요구(접속차단)을 결정했다.

박상수 소위원장은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취지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이를 해소할 방안을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대해 다룰 때 피해자의 법 감정을 고려한 사법 기관의 더욱 엄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14일 문제가 되는 개별 게시물 17건에 대해 접속차단을 요청한 바 있고 시정요구 결정 후 운영자에게 자율조치를 요청했으나 이행되지 않았고 이후 접수된 ‘명예훼손 게시물’ 및 ‘사이트 운영 목적 등 전체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민원이 잇따르자 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차단을 결정하게 됐다.

방통심의위는 운영자가 사이트 차단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옮기며 재유통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재유통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이 자신을 잡을 수 없다고 장담했던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지난 22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검거됐다. 24일 경찰청은 인터폴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베트남 호찌민에서 해당 사이트 운영자 3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

검거된 A씨는 올해 3월부터 성범죄자에 대한 국내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하며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개설·운영하기 시작했다. 법무부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성범죄자와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 등의 신상정보를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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