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박우선 기자]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하기 위해, 대형병원 소속 의사에게 불법적인 소견서를 연간 8만 건이 넘게 발급받고, 수수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을 넘는 비용을 지급한 것을 확인했다.

병원별 보험사 의료자문 건수 및 수수료 수입액추정(제공=금소연)
병원별 보험사 의료자문 건수 및 수수료 수입액추정(제공=금소연)

특히, 한양대학교병원 의사들은 연간 3,739건의 소견서를 써주고 15억 원 정도를 자문의 수수료로 챙겨 우리나라 전체 대형병원 중 가장 많은 부수입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금소연은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보험협회를 통해 2020년 7월 처음으로 공개한 보험회사별 의료자문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2019년 하반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들은 연간 8만 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 정도를 지급했다.

의료자문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은 한양대학교병원으로 모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자문의 노릇을 했고, 연간 7,500여 건이 넘는 소견서를 발급하며 15억 원의 자문료를 받아 챙겼다. 2위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3위는 건국대학교 병원이었다.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의뢰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연간 1만 7,830건으로 손보업계의 30.9%를 차지했다. 2위는 KB손보 7,634건, 3위는 현대해상이 7,024건이다.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이 연간 8,466건으로 업계 37.8%를 차지해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

보험사의 의료자문료는 대부분 보험회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 의사에게 직접 지급되어 병원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고 내역도 모르는 부수입이다. 보험사와 자문의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문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보험회사들은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할 명분으로 환자 동의 없이 민감한 정보인 진료기록을 보험사 자문의에게 불법 제공하고, 의뢰를 받은 자문 의사들은 의료법을 위반하여 환자를 보지도 않고 진료기록만으로 소견서를 발행했다. ‘보험사의 의도대로’ 작성된 소견서는 환자를 대면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 등을 부인하는 자료로 쓰였다.

금소연은 병원 및 전공과목별 자문 건수 현황을 찾기 쉽게 작성하여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공개보험회사가 자문의 제도를 개선 없이 불법 행위를 지속할 경우에는 보험회사는 물론 대형병원 자문의사 전체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자문료를 주며 보험사 의도대로 소견서를 발행해 보험금을 깎는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서, 보험회사의 보험금 부지급 횡포를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