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 묘사·동성애 미화 지적일자 하루 만에 '회수'결정 내린 여가부
여성단체연합 "시대 흐름에 따른 사회 변화 잘 나타낸 책
여가부의 반박없는 정책 철회 선언, 분노"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여성가족부가 '나다움어린이책' 134종 중 7종을 회수하겠다고 26일 저녁, 밝혔다. 해당 도서에 문화적 수용성 관련 논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불거진지 하루도 안되 나온 결정이다.

이를 두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다양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포괄적인 성교육을 국가의 책무"라며 회수 철회를 요구했다. 

나다움 어린이책 목록

나다움어린이책 논란은 지난 25일 불거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여가부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롯데지주가 3자 협약을 맺고 선정한 '나다움어린일책' 가운데 일부 도서를 언급하며 "성교 묘사, 동성애를 미화한 책이 초등학교에 배포됐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엄마인권선언, 아빠인권선언'이라는 책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동성애, 동성혼 자체를 미화하고 조장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많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냐"면서 "또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은 성교육 서적이라 볼 수 있지만 조기 성애화 우려까지 있는 노골적 표현이 있다"며 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성교 자체를 재밋거나 '신나고 멋진 일이야', '하고 싶어지거든'이라고 표현하고 그림도 보기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하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 발언에 앞서 학부모 및 종교단체는 나다움책에 선정된 일부 도서를 제외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SNS상에서도 나다움책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에 여가부가 책을 회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결다른 지적이 이어졌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왼쪽 세번째)은 8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나다움 어린이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헀다. 이 장관은 "어린이들이 자기 긍정과 다양성, 공존의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나다움책’ 보급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여성가족부)

26일, 27일 여성단체연합은 두차례 입장문을 발표했다. 단체는 비판의 대상이 된 7권의 책은 모든 사람은 성별, 연령, 장애유무, 성적지향, 인종, 종교 등에 상관없이 인권을 누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한국사회가 금기시하던 몸의 성장과 변화, 임신과 출산 과정을 정확하게 소개하며 다양한 가족구성원 등 시대에 흐름에 따른 사회 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책에 나오는 '성관계는 재미있다는 표현이 '성관계 조장'이며, 다양한 가족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동성애 미화'라고 비판하는 자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인권과 다양성, 성평등과 존중의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과 일부 혐오세력의 주장에 대해 제대로된 반박 없이 '문화적 수용성'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 정책 철회를 선언한데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책무가 있는 여가부가 논란이 일자 제대로 된 평가없이 곧바로 '회수' 입장을 밝힌 데 따른 지적이다. 

여성단체연합은 "여가부는 헌법적 가치인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부처"라며 "이번 (회수)결정에 대해 심각하게 평가하고 통렬히 반성하라. 또 나다움어린이책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 사업'을 중단한다고 27일 밝혔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바라 본 성교육, 인권 관련 논란으로 어린이를 위한 사업이 사실상 멈춰버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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