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만평가 (우먼컨슈머)
김진호 만평가 (우먼컨슈머)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믿고 빌려준 인감도장이 인간관계는 물론 재산까지 잃게 할 수 있다. 부모는 물론 친구와도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믿기’ 때문에 인감 등 명의를 빌려주기도 한다. 흔하게 발생하는 사건 중 하나가 ‘대출사기’다. 빌린 명의로 대출을 받고 잠적한 지인 등을 찾기 전 채권자들의 소송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등을 마주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맞선으로 재력가인 A와 결혼한 B. 결혼 2개월이 지난 뒤 A는 B에게 “회사 주식이 곧 상장될 예정이다. 당신 명의가 필요하다”며 인감도장을 비롯한 서류를 요구했다. 

의심없이 명의를 빌려준 B. 그러나 상장된다던 회사는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남편인 A는 채권자들을 피해 잠적했다. 사기결혼이라 생각한 B는 A에게 이혼을 요구, 협의이혼 후 회사 주식을 A에게 넘기려고 했으나 주식 거래가 중지돼 갖고 있게 됐다. 

결혼생활 6개월 만에 이혼한 B는 부모님이 거주하던 본인 소유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으나 곧 아파트가 법원 경매에 게시됐다는 우편물을 받는다. 

확인결과 누군가 B 명의와 허위 주소지 등을 이용해 30억 원에 달하는 약속어음 공증을 진행했다. 약속어음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진행, 경매는 물론 통장까지 압류됐다. 

B는 뒤늦게 전남편인 A가 B 명의로 사채업자에게 자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 약속어음 공증을 진행하고 채권자인 사채업자 C가 공정증서를 근거로 B의 재산에 압류 등 조치를 취한 것을 알게됐다. 

이 경우 B는 ‘청구이의소송’을 할 수 있다. 집행권원(확정판결이나 집행증서)에 대한 불복 방법으로 집행권원의 성립 절차와 집행 절차를 분리하고 있는 제도 아래, 실체적 권리 상태를 올바르게 반영하지 못한 집행권원의 집행력을 배제, 집행을 막는 방법이다.

지난 2009년 은행에 인감도장을 맡겼다가 자신의 명의를 이용한 대출사기로 빚을 진 D는 2심에서 구제됐다. D는 1994년 11월, 12월 은행에서 빌린 5천만원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2000년 10월경 소송을 당했다. 자산관리공사가 은행으로부터 D의 빚을 포함한 부실채권을 인수한 것이다. 

D는 1994년 11월경 대출을 위해 찾았던 은행에서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대출을 받지 않았다. 소송당한 D는 당시 인감도장 및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은행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사실을 떠올렸다. 누군가가 자신의 인감도장을 이용 대출을 받고 일부 이자까지 납부했던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D가 은행과 정식 대출 계약을 하지 않았고 대출금 수령 권한을 위임한 일도 없었다’며 ‘당시 은행 관계자 혹은 금융사기꾼이 D의 인감을 도용 대출을 받고 돈을 가로챘으므로 D가 돈을 갚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윤재필 법무법인 제이앤피 대표변호사는 “청구이의소송은 부당하거나 부실한 청구 권한으로 재화 등의 손실이 생길 수 있는 상태에 있을 때,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명의도용을 비롯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채무가 발생하는 등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면 법률전문가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안”고 덧붙였다. 

 

 

■ 윤재필 법무법인 제이앤피 대표변호사 ▲제35회 사법시험 합격, 제25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제천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각 강력부 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의정부지검, 수원지검 안양지청 각 형사부 부장검사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산지검 서부지청 각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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