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올해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로 다수 국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6개월에 접어드는 현재도 코로나19 기승은 여전하다. 

가사노동자들이 16일 국회 앞에서 노동권 인정을 위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 김아름내)

"외부 사람들이 집에 드나드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당분간 오지마세요", "어디 다녀오셨는지 말해주세요"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사노동자들은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고용안정지원금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난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가사노동자들은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과 함께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날을 맞아 1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노동자의 법적 권리와 생계 보장"을 촉구했다.

국제가사노동자의날인 16일 국회 앞에서 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한 가사노동자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  (사진= 김아름내)

가사노동자들은 "대면접촉 서비스업 특성상 고객들의 서비스 중지 요청이 지속돼 급격히 수입이 줄었다"면서 "다른 대안도, 지원도 없다"고 호소했다. 가사노동자들은 현재 4대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지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제외조항’에 발목 잡혀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실업급여도 휴업수당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사노동자들은 꾸준히 '가사노동자권리보장법'을 촉구했으나 19대,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가사노동자들은 정부가 3개월 간 150만원을 지원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노무미제공 사실확인서를 떼어 줄 사업주가 없고 임금 또한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득 감소를 증명할 수 없을 뿐더러 고령자가 다수다보니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가사노동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 재난지원금과 관련 "극히 일부만이 요건에 맞춰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재난 사각지대에 놓인 가사노동자 생존대책을 마련해달라"면서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왼쪽 두번째) 정의당 배복주 여성본부장,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이 가사노동자 관계자에게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안서를 전달받았다. (사진= 김아름내)

기자회견 도중 가사노동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과 정의당 배복주 여성본부장에게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 의견서'를 전달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정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대한민국 많은 노동자들이 생계 위협을 느낄 정도로 어려움에 놓여있다. 가사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지않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노동기본법이 보장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사노동자들의 노력과 노동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분들과 함께 협업해서 (제정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배복주 여성본부장은 "21대 강은미 의원이 환노위에 배정돼 열심히 하실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한 적 있다. 이 법안 배경 자체가 가사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데도 근로기준법에 적용 배제를 두고 있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용불안, 부당한 대우, 단시간 노동에 놓인 점 등으로 제정이 촉구됐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가사 노동자 노동권 확보를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위협을 받고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고용불안', '노동자 비인정', '열악한 노동조건'을 타파하는 풍선 터트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김아름내)

한편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4월 27일부터 5월 31일까지 128명의 가사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이들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07만원이었으나 올해 2월 기준 73만 2천원, 3월 64만 2천원, 4월 66만 5천원 등으로 평균 40%대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감소이며, 응답자 128명 중 25%는 본인 소득이 가계 소득의 전부라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본인 소득이 50%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57.8%에 달했다. 

가사노동자들의 소득이 감소한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이었다. 응답자 중 54.7%(복수응답)는 "고객이 오지 말라고 한다"고 답했으며 10%는 "신규 고객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다. 본인 감염 우려로 일을 하지 않은 응답자도 14.7%나 됐다. 

감소한 소득을 어떻게 충당하고 있는지 묻자 54.7%는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14.8%는 '대출', 11.7%는 "저축을 헐어 쓴다", 7.0%는 "지인에게 빌려서 충당한다"고 했다. 5명 중 1명은 빚으로 살림을 꾸려간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인권침해를 경험한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의 17.2%는 고객이 '교회 다니느냐', '주말에 어디 다녀왔느냐' 등 동선 공개 요구부터 '가족 중 신천지가 있느냐' 등 사적인 정보 요구,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를 이용해달라', '마스크, 위생장갑 착용 후 방문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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