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고속도로 무색..정부보조금 76%, 순 투자액 24% 불과
통행량 과다 예측해 실적수입률 64.6%에 그쳐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민자고속도로의 경영방만으로 소비자는 이용료와 세금을 이중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적했다. 민자고속도로의 예상 수입 예측이 빗나갔을 뿐만 아니라 운영업체의 경영방만으로 소비자가 높은 통행료 지불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익이 생긴 운영업체는 소비자 만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야하지만 정부의 '최소운영수입보장'을 받기에 노력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기사와 관계없음.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 IC 톨게이트 (사진= 뉴시스)
기사와 관계없음.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 IC 톨게이트 (사진= 뉴시스)

민자고속도로는 SOC투자재원 확충과 재정절감, 민간의 효율성을 활용한 기반시설 공급 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높은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등으로 재정 부담, 개별노선의 운영 및 요금징수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2009년 MRG가 완전 폐지됐다. 

정부는 2018년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의 평균 통행료를 사업재구조화, 자금재조달, 통행료 관리 방식으로 분류·추진한다'며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주경순) 물가감시센터는 계약 기간이 남은 MRG 적용 민자고속도로 8개 회사의 재무구조 및 재무성과를 분석하고 통행료가 높은 이유와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 13일 발표했다. 민자고속도로 8곳은 인천공항, 천안논산, 대구부산, 서울외곽, 부산울산, 서울춘천, 용인서울, 인천대교다. 

소협에 따르면 8개 민자고속도로의 민자부담금(총 건설비)은 12조 6429억 원으로 도로건설 시점 부담하거나 민자회사의 MRG 형태로 운영기간 통행량이 예상보다 낮을 때 정부가 수익을 보전하는 금액은 약 9조 5,629억 원이다.

민자고속도로는 민간의 순수자본만으로 건설될 것이라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76%를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 24%(3조800억 원)만을 민자고속도로가 부담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인천공항'의 민자사업 투자액은 1조 4260억 원으로 MRG(기지급+지급예정)는 1조 7,419억원으로 추정되며너 122%가 정부 부담률로 나타났다. '부산울산'은 향후 지급예정 MRG 추정액인 5,840억 원을 받을 경우 정부 부담율은 100%다. 

국민 불만이 잇따르자 2009년 정부는 MRG를 중단했으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8개 민자고속도로는 MRG가 계속 적용되고 있다. 기지급된 MRG는 3조 8689억 원이며, 향후 지급액은 2조 739억 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소협이 8개 민자고속도로의 2018년 감사보고서를 살핀 결과 차이를 있지만 8곳의 평균 영업이익은 924억 원으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평균 당기순이익은 218억 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대비 7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인 곳은 '서울외곽' , '부산울산', '용인서울'이다. 

소협은 "주요 주주와 대주(貸主)가 동일한 상황에서 자본금의 유상감자 및 배당금을 우선 지급해 운영자금이 부족하게 됐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민자고속도로 운영업체는 이자율이 높은 후순위차입으로 많은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8년까지 국토교통부 민자고속도로 통행수입을 들여다봤을 때, 평균 MRG적용 민자고속도로의 실적수입은 협약수입의 64.4%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적게는 40%대인 곳도 있었다. 

소협은 "수익이 생기면 부대사업 발굴이나 재투자로 서비스를 개선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MRG를 받기에 자구노력을 할 유인이 없다"며 "통행량 예측 실패의 책임을 물을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민자고속도로 운영업체가 기간 연장 등 사업구조를 변경하는 사업재구조화로 소비자를 속이려는 것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통행료 관리 로드맵에는 사업재구화가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돼있다. 통행료가 재정고속도로 대비 1.5배 이상인 인천공항, 천안논산, 대구부산, 인천대교, 서울춘천을 대상으로 기존  투자자 매각 및 신규 투자자 모집, 운영기간 연장 등 사업구조를 변경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천안논산고속도로는 2019년 12월 23일부터 통행료를 50% 안팎으로 인하했다. 최장거리(80.2km) 기준 통행료가 승용차(1종)의 경우 요금을 9,400원에서 4,900원으로 47.9% 내렸다. 

그러나 소협은 "사업재구조를 살펴보면 민자고속도로 운영업체가 얻게 되는 수익에는 변동이 없다"며 "재정도로 수준으로 통행료를 우선 내렸으나 민자 계약 기간 종료 후 도로공사가 유료도로관리권을 설정하고 통행료를 책정해 징수하는데 도로공사가 지불한 건당 4,500원의 선지급금과 약 22년간의 선지급금 이자, 향후 지불할 유지관리비 등이 통행료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MRG 적용 대상 8개 민자고속도로에 대한 성과를 분석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률은 58.2%로 매우 높지만 최종 실적인 평균 당기순이익률은 13.7%"라며 "경영권을 갖고 있는 주요 주주로부터 차입한 고금리(최고 25%)의 후순위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소협은 "민자고속도로의 예상 수입에 대한 정부의 과다 계상과 운영업체의 경영방만으로 소비자는 이용료와 세금으로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행료 관리 로드맵 추진 시, 또 다른 MRG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상시 정보공개 및 철저하고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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