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 미국 FDA판매 허가
[우먼컨슈머= 노영조 기자] 최태원 SK회장은 지난 2002년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뜬금없이 들릴 정도로 꿈같은 얘기였다. 그러나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꿈은 실현되기 시작했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XCOPRI)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판매는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는다.
미국의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연간 33억달러로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61억달러)의 54%를 차지한다. 프로스트 앤 설리반은 미국 뇌전증 시장이 2024년까지 약 4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FDA에 직접 판매를 신청해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FDA 시판 허가를 받은 세노바메이트는 출시 전부터 뇌전증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큰 기대를 받아왔다.
세노바메이트는 1∼3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위약 투여군 대비 유의미하게 발작 빈도를 낮춘 것으로 보고됐다.
이 시험 결과는 2019년 11월 '란셋 뉴롤로지'(Lancet Neurology)에 게재돼 주목을 받았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글로벌 신약 개발에 십수년동안 막대한 투자를 SK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적극 지원했기에 가능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SK는 이로써 그동안 인수합병으로 성장해왔다는 평가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최 회장은 이날 SK바이오팜과 SK라이프사이언스 전 구성원에게 영상메시지를 전달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독자 개발을 통해 FDA 승인을 받고,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을 축하한다”고 노고를 격려했다.
그는 또 “세노바메이트는 혁신 신약 개발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사례”라고도 했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비판하는 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은 “기존 치료제를 복용함에도, 계속되는 발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마침내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서는 최초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시장인 미국에 직접 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 최고 상업화 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 세비 보리엘로는 “COVID-19로 변화된 의료 환경을 고려해서 미국 현지 마케팅, 판매 전략을 세심하게 실행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디지털 기반 플랫폼을 도입, 원격 디테일링 및 컨퍼런스 진행으로 세노바메이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