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비위축을 초래, 4월 소비자물가에 큰 타격을 줬다. 4개월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떨어졌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 물가를 100으로 봤을 때 104.95로 전월(105.54)대비 0.6% 하락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되면서 외식, 여행 등 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이 주춤했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또한 내려간 것이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은 4일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했지만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0.8%)을 시작으로 1년동안 0%를 오갔다. 지난해 9월(-0.4%)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공식 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1월(1.5%), 2월(1.1%), 3월(1.0%)까지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4개월만에 다시 1%대 밑으로 떨어졌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농산물은 지난해보다 0.8% 하락했지만 채소류가 10.3% 오르면서 큰 하락세를 막았다. 배추(91.4%), 양파(39.6%), 양배추(101.3%) 등 가격은 올랐지만 마늘(-24.8%), 고춧가루(-13.7%), 감자(-14.4%) 가격은 내려갔다. 

축산물은 3.5% 오르며 0.08%포인트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외출 자제로 집에서 식사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산 쇠고기(5.4%), 돼지고기(2.6%), 달걀(12.3%) 뿐만 아니라 수산물도 지난해보다 8.1%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지난해보다 0.7% 하락했다. 집 밥 선호로 음식 재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햄 및 베이컨(5.6%) 등 가공식품은 1.3% 상승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경유(-11.8%), 휘발유(-5.1%) 등 석유류는 6.7%나 내려갔다. 이전부터 하락 추세가 있다가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경기가 휘청이며 가격이 더 떨어진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서비스 물가도 0.2% 상승하는데 그쳤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책으로 공공서비스는 1.6% 내려갔고 고교납입금은 1년 전보다 64.0% 하락했다. 석유류와 고교납입금은 전체 물가를 각각 0.28%p, 0.30%p 끌어내렸다.

(통계청 제공)
(통계청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 물가는 0.8% 상승하는데 그쳤다. 평균 연초에 외식 물가가 오르는 편이지만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경향에 따라 4개월 째 상승폭은 0%대에 머물렀다. 3월 대비 기준, 외식 물가 상승 폭이 0%대에 4개월 이상 머무른 건 2012년 5월~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도 하락했다. 하늘길이 막힌 이유도 있으나 국내의 경우 호텔 숙박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나 하락했다. 해외 단체 여행비와 승용차 임대료(렌터카)도 각각 10.1%, 16.0% 내려갔다.

지출목적별로 오락 및 문화 물가는 2.5% 하락했다. 각종 행사 취소로 생화(꽃)가격은 1년 전보다 4.2% 하락했으며 교육 물가는 지난해보다 2.4% 내려갔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0.9%)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후 12월 1%대로 올라섰지만, 4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내려갔다. 생선·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9%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 파악을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보다 0.3% 상승했다. 9개월 연속 0%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는데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로 품귀현상을 보였던 마스크 가격은 오프라인 기준 1720원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온라인에서 5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으나 현재 평균 3000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저물가 가능성에 “사회적거리 두기 영향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서비스, 소매 판매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국제 유가 하락의 경우 시차를 반영되기에 아직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디플레이션을 예측할 단계는 아니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할 상황”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 등도 외식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 같고 소비도 진작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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