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수라상에 올랐던 굴비(참조기) 아닙니까. 세계 최초로 성공한 양식굴비를 지키느라 주말과 휴일도 없이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여념이 없어요"

수도 서울에 27년만의 한파가 몰아친 3일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영광지소 양식참조기 생산시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전체 직원들이 긴장감 속에 '한파와의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장과 여직원, 사무직 할 것 없이 24시간 비상근무에 여념이 없다.

'수온 영상 10도를 유지하라' 한파가 몰아치면서 직원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육상온도가 영하권으로 내려가고, 바닷물 온도가 34도에 그치면서 수온에 유독 민감한 양식굴비들이 집단 폐사할까 직원들의 노파심은 극에 달한다.

양광희 소장은 "수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거나 정전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면 수년간 정성스레 키워온 참조기가 불과 5분만에 집단폐사하게 된다""전 직원이 11초도 긴장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경계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해조류나 전복 등과 달리 주위 환경에 워낙 민감한 생물이다보니 수온관리는 기본. 질병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혹한과 바람에 혹여 시설이 파손되진 않았는지, 방범에는 이상이 없는지 살피고 돌봐야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 직원은 "피로감도 크지만 20여 년만에 어렵게 성공한 참조기 양식인만큼 필사적으로 보존하고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참조기 대량 양식이 처음으로 성공한 것은 20106. 첫 시도에 나선지 무려 23년만이다. 2008년부터 6600크기의 전용저수실을 갖추고 본격적인 인공종묘 생산에 들어간 과학원은 이듬해 산업적 가치가 있는 30만 마리를 생산한데 이어 20116월 우량 참조기 치어 28만 마리를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일이다.

고려말 인종 때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이후 '민족생선'으로 불려온 참조기가 대량 양식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매년 여름 어김없이 찾아든 불청객 고수온과 적조에 오랜 노력은 번번이 물거품이 됐고 직원들은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여러 시행 착오와 수온 조절, 수시로 이뤄진 비상근무 덕에 현재 생존 중인 1세대 참조기는 5000마리에서 7000마리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6개월간 커오고 있다. 크기는 1520. 올해 56월이면 2530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월 국비 10억원과 도비 10억원, 군비 3억원을 들여 건립한 참조기산업연구센터는 단연 일등공신이다. 800의 종묘 생산시설과 150크기의 연구시설은 참조기 양식의 지렛대가 됐다.

직원들의 헌신과 시설 지원에 힘 입어 영광지소는 20118월 참조기 종묘생산 및 양식방법에 대한 첫 특허를 취득한 데 이어 이른바 '정력 굴비' 등 또 다른 2개의 특허를 준비 중이다.

양 소장은 "참조기는 소비층이 넓고 민족 생선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연간 8t이 소비되며, 안전성과 신선도 역시 높다""굴비의 고장 영광이 4000억 원대 참조기 산업을 1조 원대로 끌어올리는데 대량 양식이 일조할 것으로 보고 종묘 보호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참조기는 예로부터 머리에 돌이 들어 있다고 해서 석수어(石首魚)라고 불렸으며 이후 기를 돕는다는 뜻에서 조기(助氣)라고 했다. 굴비는 소금에 절여 말린 참조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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