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기수, 여성 기수 최초로 대상 경주 우승..."복귀" 의지 밝혀

[우먼컨슈머= 박문 기자] “여자는 힘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방금 우리가 세상에 이겼네요(They think women aren’t strong enough, but we just beat the world)” - 미셸 페인(Michelle Payne)

지난 2015년 11월3일 오후 3시, 세계 최대의 경마 경주 중 하나인 ‘멜버른 컵’에서 155년 역사상 처음 왕좌에 오른 여성기수가 탄생했다. 역대 멜버른 컵 우승자와 경주마 이름을 외웠던 아이, 낙마사고로 인한 전신마비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기수, 그의 이름은 ‘미셸 페인(Michelle Payne)’이다.

지난 15일 국내에서 영화 ‘라라걸’(원제 : Ride Like a girl)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2015년 멜버른 컵 우승 기수인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고난과 역경을 뛰어넘어 멜버른 컵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드라마틱하면서도 감동적인 그의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멜버른 컵은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호주 멜버른시 플레밍턴 경마장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경마 축제 중 하나로 “호주를 멈추는 경주(The Race Stops a Nation)”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전세계 경마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주다. 총 620만 호주달러(약 55억 원)의 상금을 놓고 24두의 말들이 대결하는 경주에서 미셸 페인은 뉴질랜드산 말인 ‘프린스 오브 펜젠스(펜젠스의 왕자)’를 타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근 미셸 페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38회 아시아 경마회의(Asian Racing Conference)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소개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대담에 나섰다. 

(왼쪽) 김혜선 기수 (사진= 한국마사회)
(왼쪽) 김혜선 기수 (사진= 한국마사회)

한국에도 그처럼 역사를 써내려간 기수가 있다. ‘슈퍼땅콩’ 김혜선 기수다.

김혜선 기수의 위대한 여정은 2017년 ’제 18회 코리안오크스’ 경주에서 완성됐다. 2017년 6월 11일, 16마리의 말들이 3세마의 여왕을 가리는 경주인 ‘코리안 오크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출발대 앞에 섰다. 420~430kg의 작은 말 ‘제주의하늘’을 우승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제주의하늘’은 초반 레이스에선 후미에서 힘을 쓰지 못하다가 4코너를 지나 조금씩 치고 들어오다가 결승선이 다가올수록 몸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최종 결승선에서 결국 머리 차 간발의 승부로 ‘그녀들’이 들어왔다. 바로 김혜선 기수와 ‘제주의하늘’이었다.

그의 기수 생활에는 언제나 ‘최초’가 따라다녔다. 2009년 데뷔한 그녀는 2013년 여성 기수 최초로 프리를 선언하며 프리기수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남자 프리기수들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줬던 그녀는 결국 데뷔 후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여자 기수 최초 대상경주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현재 그녀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동료 기수인 박재이 기수와 결혼에 골인하고 복덩이 아이의 출산을 앞둔 상태다. 채찍은 잠시 내려놓았지만 개인 유튜브 채널인 ‘슈퍼땅콩 김혜선’을 통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00승, 200승을 이뤄낸 만큼 300승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조교사로서의 꿈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따. 

김혜선 기수가 왕좌를 차지한 2017년 코리아오크스 경주 실황은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누리집은 ‘경마정보 > 부산경남경마 > 역대 대상경주 우승마 > 코리안오크스’에 접속하면 당시의 경주 실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기타 역대 대상경주 우승마나 연도 대표마들의 활약 또한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해 감동과 희열의 순간을 추억하고 싶은 경마 팬이라면 접속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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