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자 백수 탈출 요원...기업 "뽑을 사람 없다"

 

국민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우선 과제 중 하나가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고용·복지 분과를 설치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고용강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올해도 저성장시대란 녹록치 않은 환경을 맞아 한국은행과 경제연구소 등 주요기관들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이 월별 30만명 안팎의 수준을 보이며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한파 새해도 '꽁꽁'

"졸업을 할 수 있는 학점을 이수할 수 있지만 취직이 안 돼 한 학기를 더 다닐 생각이예요. 그런데 올해도 신입사원을 많이 뽑는다는 기업이 없어 고민 중이예요. 부모님은 불안한 기업보다 차라리 오래 걸리더라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해보라고 권하시는데 지금까지 준비한 것도 있고 해서 내키지 않아요."(27살 대학졸업반 A씨)

실제로 청년실업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35만3000명 증가했지만 특히 20대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7만9000명 줄었다. 경기한파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20대 일자리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50대의 일자리는 전년보다 26만9000개 늘어난 반면 20대 일자리는 오히려 14만1000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기업 1000여개사를 대상으로 '2013년 대졸신입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865개사가 올해 채용할 인원은 4만2394명. 지난해 같은 기업이 뽑은 4만4459명과 비교하면 4.6%가 감소한 수치로 2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취업준비생은 늘어가지만, 기업은 '뽑을 사람없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청년백수까지 감수하겠다는 20대들은 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뽑을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숨을 쉰다. 토익점수, 학점, 자격증까지 두루 갖췄지만 막상 채용하고 싶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동향·데이터 센터장은 "4년 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이 배운 내용이 실무에 제대로 쓰이지 않기 때문에 구직자와 구인자 간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각 대학들이 기업의 요구하는 취업훈련을 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센터장은 현재의 기업채용 방식이 명확한 선별기준이 없다며 기업들이 보다 특화되고 투명화된 채용방식을 통해 인재를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업시 각 기업에서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영어성적과 학점이 어느 정도 인지를 가지고 사람을 뽑지만 이는 직무능력과 큰 연관이 있지 않다"며 "그런데도 취업준비생들은 영어점수 1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어학연수를 가는 등 쓸데없는 스펙올리기에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

◇정부도 일자리예산에 '집중'하지만

정부도 청년고용 일자리 확충을 위한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경기둔화에 따른 민간 고용시장 위축에 대비해 올해 일자리 예산을 전년 9조9000억원보다 약 8500억원(8.6%)을 증액한 10조8000억원을 편성한 정부안을 마련했다.

재정지원 일자리를 지난해 56만4000명에서 올해 58만9000명으로 2만5000명으로 확대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 인턴과 지역사회교육서비스 등 일자리 10만개를 확충토록 했다.

저소득층과 청·장년 미취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지원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자립지원 직업 상담사를 늘려 배치하고, 학력이나 스펙보다 실력 중심의 채용관행이 자리잡도록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도 제시했다.

이영진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과 사무관은 "우리나라가 직업훈련이나 고용서비스에 대한 정부지출을 늘려가고 있긴 하지만 OECD국가와 GDP 대비해 취약한 수준"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반의 고용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 개선만으로는 여전히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역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유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20대들이 갈만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 정부나 다음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현 시점의 고용침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업 장기적으로 보고 평생로드맵 짜야

"지난해 대기업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뒤 '올해는 높이를 낮춰서라도 합격한 곳이 있으면 무조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친구들도 다 취직해서 이제 저 혼자 남았더라고요." (29살 취업준비생 B씨)

더욱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취업시장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일단 취직하고 보자'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도 않는 직업을 선택해 1~2년 이내에 다시 사표를 내고 뛰쳐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김선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은 "취업은 생계유지의 첫 시작일 뿐"이라며 "취업한 후 자신만의 직업발전 로드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춰 이상적으로 취업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한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평생 그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시장구조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취업한 뒤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공부하면서 준비해야만 자신에게 맞는 로드맵을 짜고 이에 맞춰 단계별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다"며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요즘 평생교육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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