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신항식] 코로나-19 때문에 난리다. 진단키트가 없고 마스크가 없으며 손세정제도 없단다. 당체 아이디어도 없단다. 어디서? 유럽과 미국에서 그렇단다. 아니 그럼 화학이나 섬유 산업을 키우지 않았다는 것인가. 키우기는커녕 잘 나가던 제조업마저 죄다 한국, 대만, 중국, 인도에 가져다 줬으니 남은 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정작 제조품이 필요한 위기를 맞으니 국가가 그리도 허둥대는 것이다. 전자, 조선, 반도체, 섬유, 자동차, 건물 등 제품 잘 만들던 서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1970년대 들어서 자유국가에서는 기업과 국가 사이의 긴장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가는 규제를 풀기 시작했고 기업은 이에 맞추어 국경 넘어 소비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련과 중국, 동유럽도 탈규제의 흐름에 동참했다. 사람들은 이를 데탕트라 불렀다.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소비를 원할수록 기업의 자유와 권리는 세계적으로 커져만 갔다. 소비사회의 욕망이 넘치다보니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공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 섬유, 플라스틱, 석유화학, 전기, 전자 등 중간소비재 생산력의 대다수가 제 3세계와 아시아로 빠져 나갔다. 아시아 4 마리 용도 이 때 나왔다.

1990년대 이 현상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글로벌 경영이랍시고 너도나도 금융과 IT 지식으로 무장했다. 기업은 국가제도 안에서 규제 법안을 풀어 해쳤다. 사람들은 이를 신자유주의라 불렀다. 시민의 생존권이 걸린 곡물과 식수, 제약과 의료, 주택과 전기를 기업이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관리 당했다. 수없이 많은 서구의 제조업이 공장을 이전했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 금융으로 갈아탔다. 가전제품 하나 만들려면 20여개 국에서 부품을 가져와야 했다. 이런 리스크가 싫은 서구의 대기업은 제조업의 많은 부분을 떠났다. 독일, 한국, 대만 정도만이 어느 정도 산업의 발랜스를 맞추고 있었다. 독일은 여전히 제조업을 지키고 있었고 한국 기업이 공장을 이전하고 FTA를 실시하며 공장이 중국과 베트남으로 가는 듯 했지만 알고보니 수없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 주었다. 마스크와 세정제는 뚝딱 만들어 내었고 진단키트는 미래를 내어다 본 중소기업의 성실한 사장들이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다.

1970년대부터 금융광풍이 휩쓸어간 미국과 유럽의 산업계는 유전자공학, 항공우주, 정밀기계, AI 정도의 고부가가치 산업 밑으로 더 내려오지 않았다. 전자, 조선, 반도체, 섬유, 자동차, 수자원, 건설의 노하우는 한국, 중국, 인도가 가져갔다. 이들 나라는 위로 다시 치고 올라가는 중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은 허당이었고, 일본은 솔직히 말해서 능력도 없이 비열했다. 미국도 허풍이 장난이 아니었고, 별 근본도 없이 자존감만 높았던 이탈리아가 본색을 드러냈다. 프랑스도 스페인도 절절 맨다. 뚜껑을 열어보니 일단 그렇다. 나라 안 깊숙하게 무엇이 더 있는지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자국민을 그리 방치하는 나라에서 뭐 꺼낼 것이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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