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위경환 칼럼니스트] 미국의 화장품회사 '레브론'은 1932년도에 생겨난 브랜드이다. 당시 매니큐어 공급 업자였던 '찰스 레브슨'과 동생 '조셉 레브슨' 그리고 친구 '찰스 라흐만' 세 사람이 함께 참여해 '레브론'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현재, 레브론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해 많은 여성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다. 레브론의 포지셔닝 슬로건은 여자들이 맘에 들어 한다.

"우리가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화장품이지만, 우리가 가게에서 파는 것은 희망이다"

여자들에게 화장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꿈과 희망을 주고자 하는 레브론의 기업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레브론의 '찰리' 여성용 향수광고

위의 광고는 60년대 말 나온 레브론의 '찰리'라는 여성용 향수광고다. 광고에 등장한 여자는 남자보다 키가 더 크고, 머플러를 휘날리면서 비즈니스 백을 들고 가는 것을 보면 전문직 종사자 임을 알 수 있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더군다나 남자의 엉덩이를 탁 친다.

이 광고가 나간 이후, 여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베스트셀러 향수가 됐다. 서양의 엉덩이 치기는 운동경기에서 선배가 후배를 격려할 때 쓰는 남성들의 몸짓이다. 찰리향수 광고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엉덩이를 친다. 

페미니즘적 덕분에 찰리향수는 여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어 한동안 세계 1위 판매고를 자랑했다.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펨버타이징'이라고 부른다. '페미니즘'과 '광고'의 합성어로 영미권 기업들은 펨버타이징을 오래전부터 광고 전략으로 차용했다. 광고 내 여성이 성숙하고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등장해 성평등 가치를 추구하는 콘셉트의 광고를 말한다. 

당시 이 광고가 여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기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라는 것이다. 단순한 역할만이 아니라,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완강함과 고루함의 남성 중심 시각에서 벗어난 탈 남성 중심 세계를 보여 주었다.

찰리향수 광고는 뉴욕타임스도 처음엔 싣지 않으려 했다. 이유는 찰리향수 광고가 뜻하는 비유적 의미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을 뜻하는 기호였던 능동성과 우월성의 자리에 여성이 밀고 들어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198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게 큰 특성이다.

젠더(性) 감수성을 잘못 건드리는 순간 기업이 쌓아 올린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의식도 함께 공유되고 있다. 즉 자칫 ‘여혐 기업’으로 지목될 경우, 여성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표적이 되거나 기업 이미지 하락 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나라의 펨버타이징 사례를 들어 본다. <인용: 제임스 트위첼 저,김철호 역 『욕망.광고.소비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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