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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 탈락...면접서 '차별' 있었다?
  • 김아름내 기자
  • 승인 2020.02.1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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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과정서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편의제공 없었고
'수화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와 의사소통 어떻게?' 등 직무능력과 무관한 질문 쏟아져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 1심서 패소...불복해 항소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지방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최종 탈락한 청각장애인 류 씨가 불합격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기일은 오는 3월 4일로 예정돼있다. 

청각장애인 류씨는 2018년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필기시험을 유일하게 합격. 면접을 보았으나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에서 하를 받아 최종 탈락했다. 류씨는 면접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이 있었고 부당하다며 불합격취소처분 소송을 제기, 1심서 패소하고 항소했다. (사진= 김아름내)

류 씨는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입으로 말하는 구어를 사용하는 2급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2018년 제1회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해 필기시험에 유일하게 합격했다. 당시 여주시는 지방공무원 장애인 모집에서 2명 채용을 공고했다. 면접위원 3인에게 질문을 받은 류 씨는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에서 ‘하’를 받고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전원(3인)에게  ‘하’평정을 받아 최종 탈락했다. 

류 씨는 면접과정에서 면접위원들이 자신의 장애 특성을 고려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고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직무수행능력과 관련한 내용을 질문해야했지만 류 씨가 면접위원들에게 받은 질문은 △동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등이었다. 더구나 류 씨에게 면접위원들은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집·학교에서 의사소통 방법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느껴질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면접시험은 필담으로 진행됐다. 여주시는 노트북, 키보드, 스크린, 문자통역 보조인력을 지원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들은 12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류 씨와 함께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 차별 항소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여주시는 장애인 공무원 채용 시 절차상 문제를 보였고, 면접위원들 또한 차별적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수어나 문자(필담)에 의해 의사소통 시, ‘통역’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 임용시험에서는 청각 장애인 응시자에게 면접시험 시간을 연장해주는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사전에 공지한다. 그러나 여주시는 류 씨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고 류 씨 또한 사전에 신청하지 못해 다른 응시자와 동일한 시간 내에 면접을 봤다. 

또 ‘면접위원에게 응시자의 장애특성을 사전에 고지’하는 제도가 있다. 여주시는 면접시험 전 면접위원들에게 류 씨의 장애특성을 ‘대화 및 수화 불가능’이라고 안내했다. 청각장애인이라면 수어를 당연히 알아야한다거나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설명이었다. 

단체들은 “해당 직렬의 직무수행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 대신 직무수행능력과는 관계없는 질문을 했다”면서 “청각장애인인 류 씨에 대한 차별에 해당하고, 직무능력에 대한 질문과 답변 시간을 빼앗았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장애인 구분모집 면접서 탈락한 류씨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김아름내)

당사자 류 씨는 “모든 면접위원이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항목을 ‘하’로 평정할 만큼 답변을 못하지 않았다”면서 “불합격취소처분 소송을 낸 후 법원은 ‘흠결이 있으나 경미하다고 본다’라는 판결을 했다. 장애를 가진 제게는 인생이 걸린 아주 큰 문제인데 어떻게 경미하다고 보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최종 승소해 장애인에게도 고용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최현정 변호사는 항소이유에 대해 “면접위원들의 질문은 류씨(장애인)에 대한 차별이었다”고 했다. 또 “구어와 문자로 의사소통을 하는 류씨가 말로 하는 소통이 필요하다면 근로지원인을 제공하면 된다. 그건 여주시의 의무”라며 인권위는 직무와 연관된 활동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권고했고 법원 또한 항소심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연숙 한국농아인협회 교육분과 위원장 (사진= 김아름내)

정연숙 한국농아인협회 교육분과 위원장은 “여주시는 면접위원에게 류씨를 ‘대화 및 수화 불가능’이라고 고지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게 했다”며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의사소통 방식을 가질 수 있고 그 방식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여주시는 면접, 추가면접시험에서 위원 6인 모두,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 판정을 내렸다”고 했다.

법원의 불합격취소소송 패소 판결에 대해서는 “류 씨의 불합격처분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고 면접위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결과”라며 “불합격처분을 취소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여주시측은 본보 기자에게 "당시 담당자가 아니었기에 자세히 모르지만, 가족분들과 연락해서 편의제공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고, 원고측(류씨)이 1심에서 패소하지 않았나. 법원에서 객관적으로 판결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주시측은 "면접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확인하기 어렵고 명확히 답변드릴 순 없다. 공무원 면접 시 내외부에 경력이 있는 분들이 위원이 되어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과 불합격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또 "2심 진행 중으로 결론이 안났기 때문에 저희(여주시)가 모든 것을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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