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 농성 중인 삼성해고자 김용희씨
보험지급 미뤄진 보암모 관계자들
"농성자들 인권유린하며, 준법감시가 제대로 될까?"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 출범 후 5일 첫 회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보험설계사노조 등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가 시작된 이후, 삼성생명 서초타워 인근에서 삼성을 규탄하고 있는 단체들 (사진= 김아름내)

삼성이 법률이나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 준법 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첫 회의를 시작한 날, 이들이 삼성생명 서초타워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을 규탄하고 있는 단체들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대한민국 법질서를 우롱하고 사법정의에 입각한 이재용(부회장)의 구속을 면하고자하는 삼성의 공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농성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가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가 시작된 이후, 삼성생명 서초타워 인근에서 삼성을 규탄하고 있는 단체들 (사진= 김아름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가 시작된 이후, 삼성생명 서초타워 인근에서 삼성을 규탄하고 있는 단체들 (사진= 김아름내)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에 연루된 상황.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작년 10월 첫 공판에서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내부준법감시제도 마련,재벌체제 폐해 시정, 혁신기업으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여부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달 1월 17일 4차 공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이를 이 부회장의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이에 삼성 규탄 단체들이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 준법감시위원회가 열린다는 삼성생명 서초타워를 찾은 것이다. 

강남역 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씨는 기자회견 도중 전화연결을 통해 "정준영 부장판사는 노골적으로 이재용 봐주기를 하고 있다"며 "범죄사실이 일어날 당시, 준법감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을 때에만 감형을 고려하는 것이지, 재판 도중에 준법 감시제도를 만들고 감형해준다는 봐주기식 집행유예를 하려한다"고 비판했다. 

또 23일째 삼성생명 고객플라자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은 "삼성생명은 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보험증권을 위반, 변조하고 약관에 없는 이유를 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암모 김근아 공동대표 또한 전화연결을 통해 "암환자들이 고객플라자 점거농성을 하고 있고 의약품이 떨어지고 식사 반입도 금지돼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 대표는 "소파에서 잠자고 있으며 2층 화장실은 폐쇄됐고 1층 출입 또한 제한돼있다. 삼성생명은 약관에 명시된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암환자는 살고싶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에 대한 관심은 많은 취재진들로 확인됐다.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취재를 요청한 삼성 규탄 단체 관계자들을 삼성 측이 막았고, 해당 사진을 찍는 일부 기자들에게는 "내부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며 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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