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이춘영 기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정책연구본부는 21일 올해 주목해야 할 인공지능(AI) 7대 트랜드를 발표했다.

ETRI는 ‘2020년 AI 7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첫 번째 트렌드로 '또 다른 선택, 중국 AI'를 꼽았다. 부제는 ‘인식을 넘어서’다.

그동안 많은 산업의 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미국이었으나 중국은 정부 주도로 풍부한 데이터 가치사슬을 창출하며 자신만의 AI 색채를 가진 새로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본 것이다.

ETRI는 AI 전략이 기술경쟁을 넘어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을 촉발하면서 미국 중심의 ICT 시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과 산업역량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색채를 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경쟁은 자국의 기술을 보호하고 타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국제적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트랜드인 'AI 내셔널리즘'이다.

최근 AI와 관련한 자국의 데이터, 서비스 등을 보호하고 타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새로운 국민(민족)주의가 나타나고 있어 AI 선도 기업과 서비스들은 무역 거래제한 조치, 조세제도,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의해 국경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게 ETRI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서 AI 기술이 정치질서와 맞물리며 국가 간 과학기술 격차는 물론 강력한 무기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로 '증강 분석(Augmented analytics)'과 '다크 데이터(Dark Data)'를 제시했다. 증강분석은 머신러닝과 AI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AI는 기존에 없던 분석기법을 통해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데이터 범위와 분석의 한계를 없애고 있다. 또 AI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고 통찰력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다크 데이터는 비즈니스 활동과정에서 수집, 처리, 저장되는 비정형화된 정보자산이나 분석기술의 한계로 지금까지 거의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를 말한다.

ETRI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R&D 혁신지능'과 '창작지능의 진화'를 들었다. AI 활용의 더 큰 가치는 연구자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 R&D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데 있고, 단순한 모방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는 설계, 전략 도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ETRI는 설명했다.

여섯번째 트랜드는 'AI 호문쿨루스(Homunculus)', 7번째는 '새로운 컴퓨팅 폼팩터(Form factor)'다. 호문쿨루스는 특정 신체 부위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넓이에 따라 인체 크기를 바꿔 만든 모형이며 폼팩터는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뜻한다.

인간의 뇌 처럼 AI 역시 기술력을 더 발전시키고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드론, 로봇 팔 등 물리적 실체를 통한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을 연구진은 시사하고 있다.

저자 중 한명인 이승민 박사(책임연구원)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과 AI다. 그만큼 AI 기술은 과거 3차례의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