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이 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 한스 마틴 힌즈 ICOM(국제박물관협의회)회장

 

역사박물관, 깨어있는 정신과 화해의 중심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오는 26일 문을 연다.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종합·체계적으로 전시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 근현대사박물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의미와 역할을 조망하는 의미에서 지난 1123~24일 개최된 ‘2012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의 발표문을 정리해 소개한다.

한국과 독일의 박물관은 20세기 중반 이후 유사한 정치상황에 놓여 있었다. 1980년대 중반, 70년대 데탕트 정책으로 국경이 덜 삼엄하긴 했지만,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후 시대에 분단된 국가였다. 냉전 중 독일 재무장 논쟁이 불거졌고, 무력 증강과 지구를 파괴할 만한 위력을 가진 미사일의 독일 배치에 대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그 외에도 많은 시위와 운동이 있었기에 민주사회가 전례 없이 흔들렸고, 많은 국민들 사이에 불안과 긴장이 팽배했다.

당시 역사학을 전공했던 헬무트 콜 총리는 베를린에 독일역사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다. 이 제안의 배경에는 문화정치적인 생각이 내재돼 있었다.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역사를 받아들이고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영속적인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지식과 이해관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역사박물관의 성공은 정치 배제한 깨어있는 디자인덕분

서부 베를린에 국립역사박물관이 건립될 것이라는 1985년의 공식 발표는 독일 박물관의 발상에 대한 논란을 점화시켰다. 독일은 여전히 국가사회주의, 홀로코스트 등 과거 수용논의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고, 역사박물관 건립에 비판적인 세력들은 보수적인 연방정부가 국민들에게 그들의 보수적 역사관을 주입하려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1980년대 중반 독일에서는 박물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매우 심도 깊게,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됐다. 거대한 사회적 담론이 일어난 후,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훗날 성공적으로 평가받게 된 것은 저명한 사학자들과 박물관 전문가들이 어떠한 정치세력에도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깨어있는 생각으로 박물관을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사회 단체들과 대규모 공청회를 여러 번 거치며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홍보한 결과로 서독 사회의 호응도 얻어낼 수 있었다.

 현대사박물관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면, 정치적 주제가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종학살, 홀로코스트, 전쟁의 비극, 투쟁 등 추방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박물관이 전하는 메시지는 늘 다시는 반복하면 안 된다일 것이다. 이 때 박물관은 잔인한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진 역사적 정치적 구조를 설명하고 전달하는데 매우 가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중남미의 독재주의, 이른바 사회주의 국가 등 독재와 인종차별의 결과를 보여주는 현대사박물관도 마찬가지이다.

화해 추구는 현대사박물관의 도전과제이자 마땅히 할 일

그러나 현대사박물관은 또한 라이프치히 독일역사박물관과 같이 성공적인 사회민주화의 전개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시민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미쳐 온 이주와 통합의 메시지를 전시하기도 한다.

 나는 현대사박물관이 역사 속에서 승자 또는 패자의 논리로 과거를 설명하기보다 교육이나 다양한 역사관 제공, 그리고 희생자에 대한 동정의 표현으로 화해의 정신을 표현할 때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과거 적대국으로부터 온 관람객이 최근 무력분쟁에 대한 전시를 보고, ‘바로 저건 나의 역사구나, 우리 모두의 역사구나하는 생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 박물관은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형성하는데 대단한 기여를 한 것이다.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걸리고 수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가 있는 상황에서 박물관이 화해라는 개념을 추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 바로 현대사박물관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이며 사실은 박물관이 할 일이다.

깨어있는 정신과 다양한 가치관, 그리고 화해를 중요시하는 현대사박물관에는 늘 관람객들이 북적인다. 왜냐하면 이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은 역사에 대한 높은 수준의 고찰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문화적, 역사적 교육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는 한국박물관들이 이러한 성공을 이루기 바라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개관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관람객 역시도 국가 차원을 넘어 세계 현대사에 대한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2012.12.14 정리: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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