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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운동선수, 신체·언어·성폭력 노출 심각
  • 김아름내 기자
  • 승인 2019.11.07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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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시작한 운동, 공포돼...인권위 전수조사 발표
2000여명 성폭력 피해입어, 소극적 대처로 상황 무마돼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즐겁게 시작한 운동이 공포가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내 2월 출범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 7~9월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3,211명 중 57,557명(91.1%)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결과 신체폭력을 경험했다는 학생선수는 일반학생보다 1.7배 많았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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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즐겁게 시작했는데 학습권·휴식권 침해”

초등학생 선수 다수는 3~4학년때 운동을 시작했다. 18,007명 가운데 71.2%(12,829명)는 ‘내가 좋아서’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으나 하루 3~5시간 이상의 과도한 훈련(8,859명, 49.1%)과 수업결손(4,479명, 24.9%)을 경험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탁구선수 A양 “숙소에 가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요. 맘 놓고 편하게 절대 못 자요”

18,007명 중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은 3,423명(19.0%)이 경험했다고 밝혔다. 가해자의 69.0%는 지도자(코치, 감독)였다. 초등학생에게 원치 않는 각종 심부름이나 빨래, 청소를 시키는 사례도 779명(4.3%)이나 됐다. 

신체폭력 경험자는 2,320명(12.9%)으로 교육부에서 실시한 2019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서 나타난 9.2%보다 약 1.4배 높았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75.5%), 선배선수(15.5%) 순이었다. 신체폭력이 많이 일어나는 종목은 빙상(84명, 26.2%), 수영(310명, 24.1%), 태권도(208명, 20.1%), 야구/소프트볼(415명, 19.4%), 체조(64명, 18.5%) 순이었다. 

초등 5학년 야구/소프트볼 선수 B군 “코치님께서 나무배트 손잡이로 허벅지 안쪽 부분을 때려서 부모님이 그걸 보고 우셨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선수 가운데 898명(38.7%)는 이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인권위는 일상화된 폭력 문화 속에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폭력의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폭력의 내면화가 운동집단 내 지속,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체폭력을 당한 뒤 “도움을 요청했다”는 371명(16.0%)에 불과했다. 주로 가족(265명, 55.1%), 동료 운동선수(77명, 16.0%), 지도자(53명, 11.0%), 친구(47명, 9.8%)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체 응답자중 438명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2명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답해 성폭력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였다. 

(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원회 제공)

중학교 학생선수 ‘개별운동으로 수업결손 심각’

중학교 학생선수 21,952명 가운데 32.7%(7,182명)는 시합이 없을 때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운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말·휴일 운동도 17,587명(80.1%)이 실시한다고 했다. 평소 운동시간에 대해 학생선수 13,238명(60.3%)은 길다고 생각했다. 

중학교에서는 평소 수업결손이 비교적 낮은 3,154명(14.4%)으로 조사됐으나 시합이 있는 경우, 6,882명(31.4%)으로 약 17%증가했다. 

시합이나 훈련으로 수업 불참 시 13,351명(60.8%)이 보충수업을 받는다고 답했고 주로 e-school을 활용(11,726명, 74.3%)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태권도 선수 C양 “나중에 제가 부상으로 다치거나 하면, 운동 쪽으로 못 가게 되면 다른 길을 잡아야 하니까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1,952명의 중학교 학생선수 중 3,039명(13.8%)은 폭언 및 욕설, 협박 등의 언어폭력을 경험했다. 선배선수, 또래선수(50.5%), 지도자(43.8%) 등이 가해자였다.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져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경우는 1,275명(5.8%), 과도한 훈련으로 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에는 2,329명(10.6%)이 ‘그렇다’고 답했다. 금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1,079명(4.9%)이 ‘있다’고 했다. 원치 않는 빨래나 청소, 심부름을 한 경우는 1,952명(8.9%)이었다. 

다만 온라인에서 따돌림이나 심한 욕설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는 195명(0.9%)으로 다소 낮았는데 운동부 특성상 휴대폰을 압수당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피해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중1 야구선수 D군 “감독님께서 계속 유급하라는 말을 안 꺼내면 좋겠다. 코치님은 욕 안하면 좋겠고...”

신체폭력 경험자는 3,288명(15.0%)으로 교육부에서 실시한 2019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서 나타난 6.7%보다 약 2.2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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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야구선수 E군 ”제 동기가 운동이 힘들어 도망을 쳤어요. 도망을 쳤는데, 아버지가 잡아 왔거든요, 그 자리에서 모두가 있는 곳에서 그 친구 아버지가 제 동기를 폭행하시더라고요. 다 보고 있는데 막 주먹으로 때리고. 감독님도 말렸는데 결국 감독실 가서도 또 맞더라고요”

중학생 선수들 중 21.4%(707명)는 피해를 입은 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피해자의 소극적 대처(2,600명, 78.6%)와 이어지고 폭력의 악순환을 낳게한다. 

피해를 입고 도움을 요청했는지 묻자 행정 및 사법체계 도움을 받았다는 비율은 전체 14명(7.1%)에 불과했다. 특히 여성선수는 피해를 드러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14명 중 여성은 없었다. 

중학교 종목별 신체폭력 피해 현황은 배드민턴(223명, 39.5%), 에어로빅(15명, 37.5%), 체조(77명, 34.8%), 근대5종(42명, 34.4%), 수영(227명, 29.3%), 빙상(63명, 27.5%), 롤러스포츠(37명, 27.0%), 야구/소프트볼(962명, 26.5%), 태권도(568명, 25.1%), 농구(147명, 25.0%) 순이다. 

중학생 선수들은 강간 피해 5건, 성관계 요구 9건 등의 성폭력을 겪었는데 누군가 자신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만지라고 하거나 자신의 신체를 만진 경우, 강제로 접촉한 경우 등으로 다양했다. 불법촬영 및 강제 촬영의 가해도 있었다. 

가해자는 주로 동성 선배 및 또래였고 장소는 훈령장에서 숙소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피해 대처로는 560명(52.3%)은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7명 만이 도움을 요청해 가해자 징계 및 형사처벌을 이끌어냈다. 

고등학생 선수, “‘학생’ 아니라 ‘선수’”

고등학생 선수 17,598명 가운데 9,836명(55.9%)은 시합이 없을 때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운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14,625명(83.1%)은 주말·휴일에도 운동했다. 운동시간에 대해 12,884명(73.2%)은 길다고 인식했다. 

평소 수업결손은 8,191명(46.5%)으로 나타났다. 6,850명(38.9%)은 수업 불참 시 보충수업조차 받지 않았다. 학생으로서의 역할보다 선수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이었다. 

수업 불참 시 보충수업을 받는 학생 중 9,860명(79.9%)은 e-school을 활용했으나 자유 의견과 심층 인터뷰 조사 결과 실제 학업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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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테니스선수 G군 “솔직히 e-school로 배웠다. 이런 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시간 채워서 학교 그거, 최저학력하는 거죠. 거의 들어도 저희가 모르니까...”

17,598명 중 2,832명(16.1%)은 신체폭력을 경험했다. 일반 고등학생 학교폭력 대비 2.6배 높았다.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은 전체의 2,573명(14.6%)이 경험했고 지도자(56.0%), 선배선수나 또래선수(39.8%) 등이 주요 가해자였다.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져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경우는 971명(5.5%), 과도한 훈련으로 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에 대한 질문은 2,287명(13.0%)이 ‘그렇다’고 답했다. 금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823명(4.7%)이 ‘있다’고 했다. 

원치 않는 빨래나 청소, 심부름을 한 경우는 2,253명(12.8%)이었다. 온라인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한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30명(0.7%)으로 휴대폰을 압수하기 때문에 피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폭력 경험자는 2,832명(16.1%)으로 교육부의 2019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서 나타난 6.3%에 비해 약 2.6배 높았다. 상습폭력 여부를 알려주는 피해주기는 일주일에 1~2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541명(19.0%)이나 됐다. 

운동부 내 신체폭력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421명(8.1%), 운동부 내 신체폭력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5,710명(32.5%)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야구선수 F군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좀 때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게 없으면...(성적내기가 힘들죠)”

고등학교 종목별 신체폭력 피해 현황은 근대5종(56명, 41.8%), 체조(30명, 31.9%), 배드민턴(130명, 31.3%), 빙상(57명, 31.0%), 농구(137명, 30.6%), 수영(144명, 30.5%), 럭비(105명, 30.4%), 태권도(602명, 27.4%), 야구/소프트볼(771명, 27.1%), 펜싱(112명, 26.5%) 순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는 누군가 자신의 신체를 만지라고 강요, 누군가 본인(선수)의 신체를 강제로 만짐, 강제로 신체접촉 등으로 파악됐다. 

주요 특징으로는 동성 선배 및 또래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다. 성폭력 피해 장소는 과거 훈련장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숙소 등 비공개 장소로 변하는 경향이 많았다. 

성폭력 피해 대처와 관련하여 391명(55.7%)은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9명(14.8%)만이 가해자가 징계 및 형사처벌을 받게 했다 

인권위는 “학생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있지만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었고, 선수들은 과도한 훈련으로 학습관, 건강권은 물론 휴식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지난 2007년 말 인권윈ㄴ ‘합숙소 폐지를 포함한 학생선수 폭력 예방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 등 학생선수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를 했고 2010년에도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대한체육회와 관련 부처에 권고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학생선수들에게는 권고가 무용지물이다. 

이에 인권위는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 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개선안을 마련해 관련 부처 등에 재차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올해 2월 빙상 조재범 코치의 선수 성폭력 가해를 계기로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스포츠계 폭력, 성폭력 사건의 근절과 인권보호 체계마련을 위해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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