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이창봉 시인의 시집 ‘낙타와 편백나무’(푸른사상사)가 출간됐다.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과 계절의 변화, 일상의 감상을 언어로 노래했다. 그가 거주하는 경기도 광주 일대에 삶과 여행지에서의 소회도 녹아있다.

이창봉 시인이 '낙타와 편백나무' 를 출간했다 (푸른사상사 제공)
이창봉 시인이 '낙타와 편백나무' 를 출간했다 (푸른사상사 제공)

이창봉 시인은 “왜 우리에게 시는 떠났을까. 왜 우리에게 시인은 떠났을까. 그런 고민을 10여년 했다”면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결심했다. 혀를 깨물며 다시 시를 쓰겠다고” 말한다. 

시집은 제1부 토마토, 제2부 알을 품고 싶다, 제3부 퇴촌편지제4부 겨울나라, 제5부 낙타와 편백나무의 노트 혹은 멀미, 제6부 들판의 풀들아, 제7부 아르노 강가 골목을 지나며 로 구성돼있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창과 교수)은 추천의 글을 통해 “그의 시는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다. 성품처럼 다정하고 따듯하다”고 했다. 

정현기 문학평론가(전 연세대 교수)는 “이 시인의 시집이 많은 이들에게 삶의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그 외로움을 움켜진 가슴이, 어떻게 아름다운 말글로 꽃피워 떠올리게 되는지...따뜻한 한글 말씨들을 겪어 보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석산 한국시인협회 회장(한양대 명예교수)은 “시인은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바를 육화해 썼다...이런한 시인의 모습은 매우 현재적 삶에 관하여 긍정적이고 또 스스로 현재적 삶을 잘 향유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대중에 시집을 추천했다. 

이창봉 시인은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예술학가를 졸업했다. 1997년 현대시학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헤이리 노을’이 있다. ‘낙타와 편백나무’는 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낙타와 편백나무의 노트 혹은 멀미

삶에 멀미가 나는 날
창 열고 목을 빼 새벽 공기를 마신다
가끔 너를 찾아가는 이 눈부신 속도에서 내려
간이역에서 우동을 먹는다

뒤돌아보면 마른 땅 위에
쓸데없이 트랙터만 지나간 깊은 바퀴 자국들

사나운 욕망을 버리고
연신 머리를 굽히는 갈대 풀 사이로
열정이 낙타가 되어 세상의 사막을 건넌다

결심하며 걷는 보도 블록 위로
구두 소리가 다가왔다 사라진다

편백나무는 지독한 결백증 환자지
창가에 서서 거실을 들여다보며
내 결심의 기도를 하얀 종이에 적고 있다
세상에 사족을 달며
땅을 기어 다니는 비단뱀처럼 살았던 기억들이 나

마음이 무거워도
기다리는 기차는 더디 오고
기차에 오르지 않아도
이 지겨운 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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