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의 근원인 흙은 종종 어머니에 비유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흙을 가지고 노는 놀이를 참 좋아한다. 보드라운 흙에서 어머니의 따뜻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 도시는 온통 아스팔트길에 도통 흙을 밟을 수도 없다. 예전에는 동네 놀이터를 가면 모래가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위생과 안전의 문제로 우레탄 같은 소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에야 어린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건강한 흙의 중요성이 조금씩 강조되고 흙을 활용한 놀이학습이 확산되는 추세에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럼 건강한 흙은 어떤 것일까? 적당한 양분과 수분을 함유하고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흙이 건강한 흙이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흙 1그램 당 수천만 개에서 수억 개의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미세한 형태로 분해하여 건강한 흙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생산성 위주의 고투입 농법, 일반 농사와 축산업이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흙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건강한 흙을 보전할 수 있다. 현재의 발달된 문명사회에서도 한번 손상된 흙을 원상 복귀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롯한 여러 토양오염 사례에서 보듯이 토양오염은 치유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식물의 생육장해는 물론 가축과 마지막에는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의 건강에까지 위협을 준다.

 흙이 살아서 숨 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흙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의 건강을 담보 받는 것이다. 증산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농경지의 질소 및 인산 수지를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 가축 등의 분뇨, 산업폐기물 등을 자원화 하는 방안 못지않게 이를 감축시켜 나가는 일에 우선적으로 힘써야 한다. 그래야 흙과 자연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농토를 잘 가꾸면 흙은 우수한 농산물로 보답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0년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생산성 위주의 고투입 농법에서 흙을 살리는 환경보전 농업으로의 변화가 움트기 시작하였다. 이후 2000년대 1, 2차 친환경농업 5개년계획동안에 자연순환형 친환경농업은 외형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였다. 2011년 기준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은 전체 농경지면적의 10.2%173000ha로 늘었으며 여기에서 1852000톤의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였다.

 3(20112015) 친환경농업 5개년계획 중에는 자연을 건강하게가꾸는 자연친화적 친환경농업을 비전으로 녹색산업 구현에 기여토록 할 계획이다. 친환경농산물 수요 증가에 부응하여 화학비료 및 합성농약의 사용량을 감축하고 이를 대신할 퇴비, 유기질비료 공급을 확대하여 토양환경 보존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가축분뇨 및 음식물쓰레기의 해양투기 금지에 따라 농경지를 오염시키지 않고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도 중지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먹을거리 공급은 국민의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며 이 강토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푸른 희망을 안겨 줄 것으로 믿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과 흙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 친환경농업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2.11.30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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