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마침내 웃었다. 2010년 11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주당 몇 백원 차이로 LG카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인수합병의 귀재', '타고난 승부사'로 체면을 구겼던 김 회장은 다시 명예를 회복했다. 단자사로 출발한 하나은행은 충청은행(1998년)과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에 이어 최대 숙원이던 외환은행까지 흡수, 명실공히 '금융지주 빅4' 대열에 들어섰다. 
 
두 개 은행의 총자산은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367억원으로 KB금융(363억원), 우리금융(372억원), 신한금융(342억원)에 맞먹는다. 점포수는 1012개로 KB금융(1162개)보다 적지만 우리금융(965개), 신한금융(932개)보다는 많다. 
 
관건은 체질이 다른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것인가 여부. 세부적인 조직 통합을 비롯해 구조조정, 해외 진출 등 전략적 준비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악화된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도 김 회장의 숙제다.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해 야권의 반발이 거셀 경우 통합이 지연되면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 어떻게 껴안을까?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투 뱅크 체제로 가져가면서 외환은행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할 계획이다. 프라이빗 뱅킹을 중심으로 소매·개인금융에 장점이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업무 및 기업금융 등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유지해 양 은행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나은행와 외환은행 점포를 합하면 1012개로 30~40개 정도가 중복 점포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지점뿐만 아니라 대출 자산에서도 중복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유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100m 내에 중복되는 지점이 많지 않고, 중복되더라도 경쟁을 통해서 잘하는 점포는 두고 그렇지 않은 것은 이전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지점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지 않다"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현재로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도 당분간 분리돼 운영될 전망이다. 다만 업무상 제휴나 가맹점 동시 사용 등 마케팃 프로모션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합병 작업이 정리된 후에는 외환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에도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한인교포은행 인수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은 우리나라 대표로 외국환 업무를 시작해 해외에 영업점을 많이 갖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이고, 한국 금융도 국제금융시장에 적극 진출할 시기에 왔다"며 "외환은행을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건 하나금융이 새로운 궤도를 그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문제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을 비롯해 야권과 시민단체의 격앙된 민심을 어떤 식으로 추스를 지에 달려 있다. 외환은행 노조가 장기간 대립각을 세워온 만큼 불신의 벽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불법과 특혜로 점철된 하나금융 승인처분은 인정할 수 없다"며 "철저한 검토를 거쳐 다각적인 투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각을 세웠다. 더욱이 외환은행 노조가 2011년 임단협과 관련해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만큼 파업 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동안 수차례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를 나누기를 바라고, 접촉해 왔지만 그동안 (외환은행 노조가) 응하지 않았다. 일단 인수 승인이 났으니 대화하자는 요청을 다시 진지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김승유' 논의 본격화되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후계구도 논의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내부 규준을 통해 대표이사(CEO)를 포함한 등기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했다. 김 회장은 1943년생으로 만 70세가 되는 2년 후까지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경우에는 '포스트 김승유'로 외환은행장에 내정된 윤용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에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의 2인자로 '포스트 김승유'의 유력한 후보였던 김종열 사장은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다. 
 
김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후임에 대한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앞으로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달 9일 진행되는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김 회장의 연임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후 3월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1년 임기를 연장할 지 여부가 결정된다. 김승유 회장이 외환은행과 통합 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지, 새로운 선장이 새로운 조직을 끌고 갈 지 금융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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