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에서 슈즈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좋은 슈즈는 편안하면서도 감성에 잘 맞는 것”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는 국내 슈즈가 있다. 힐의 유려한 곡선은 남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섀도우무브(SHADOWMOVE)의 이여진(YeoJin) 슈즈 디자이너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제공)
섀도우무브(SHADOWMOVE)의 이여진(YeoJin) 슈즈 디자이너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제공)

섀도우무브(SHADOWMOVE)의 이여진(YeoJin) 슈즈 디자이너의 포부는 당차다. 다양한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슈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무대를 누볐다는 Yeojin의 손에는 디자인용 펜이 늘 들려있다. 그는 “전체적으로 여성스럽고 클래식하지만 한 모습에 치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색을 깨고 싶기도 하고 유려한 곡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느낌을 줘 다양한 사람들이 손쉽게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모델에서 슈즈 디자이너로 어떻게 변신하게 됐냐는 질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오랜 시간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중학생 때 다른 반 친구가 부모님 광고사에 저를 추천하게 되면서 고등학생부터 모델 일을 하게 됐다. 디자인 관련 학교를 나왔지만 단계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 6학년 때부터 힐을 신고 다녔다. 키가 커 보이려고 그런 것도 있지만 각선미를 살리는 데 힐만큼 좋은 것이 없었고 어린 때부터 높은 구두를 신게 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을 하고 싶어졌다, 어린 나이에도 포인트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신발에 애착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이 돼 쇼핑, 웹서핑을 하면서 본 슈즈가 “예쁘지만 뭔가 하나 빠져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발이 아프고, 편안하면 완벽한 모양이 나오지 않아 직접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슈즈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스케치부터 디자인, 신발을 만드는 공장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몰랐기 때문이다.

Yeojin은 “20대 후반에 웨딩 디렉터로 8년 간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개인 블로그에 의류와 함께 만들어진 구두를 판매했다”면서 “지금이야 SNS를 통해 거래가 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인스타그램처럼 SNS판매 루트가 활성화돼있지 않았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구두에 대한 설명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접 쓴 글과 사진은 소비자 주목을 받는데 한몫했다. ‘옷 사고 싶어요’, ‘가방 어디 거예요?’ 등 소비자 문의가 이어지면서 1년 간 신발 판매가 이뤄졌고 구두 디자이너였던 거래처 사장님의 권유로 직접 모델을 하며 구두 제작, 판매하기 시작했다.

YeoJin은 “그때가 서른 초반이었다. 거래처 사장님께 ‘제가 디자이너도 아닌데 어떻게 만들어요’라고 하니 ‘요즘에는 꼭 디자인학과를 나와서 하라는 법은 없다,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해 시작했다”고 슈즈 디자이너가 된 과정을 전했다.

그는 해외 패션잡지 등을 스크랩하고 스케치 공부를 시작했다. 공장에서 직접 본드칠을 하고 제단사들에게 배워가며 구두 공부를 이어갔다.

섀도우무브(SHADOWMOVE)의 이여진(YeoJin) 슈즈 디자이너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제공)
섀도우무브(SHADOWMOVE) 슈즈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제공)

YeoJin은 신었을 때 좋은 슈즈는 ‘편안함’이라고 했다. “어떤 모양이든 슈즈는 편안해야한다”면서도 “편안한 것만 가지고 반드시 좋은 구두라고 할 수는 없다, 편안하면서도 감성에도 잘 맞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명품 브랜드의 경우 모든 사람이 무조건 선호하지 않는다, 예쁘지만 칼발 모양이기 때문에 불편하다. 서양인들은 발 모양이 칼발인데 반해 많은 동양인들은 살짝 퍼져있는 발”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구두를 고르기 위해서는 “구두는 전체적인 사이즈, 즉 길이가 중요하다. 여태 신었던 구두 중 가장 많이 신었던 사이즈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235를 신지만 발볼 때문에 240을 신기도 한다. 그럴 경우 저는 길이가 맞는 235 선택 후 발볼은 240으로 선택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신었을 때 타이트한 느낌이 들면 피해야하고 처음 신었을 때 너무 여유가 있어도 안 된다”며 “대부분 신발은 천연가죽을 이용한다, 가죽 본연의 성질에 따라 유연성이 1~4밀리 정도 편차가 크다”고 했다.

YeoJin의 뒤를 따르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묻자 “사업을 시작할 때 설렘과 기대감으로 자신감에 차 있지만 곧 어려움을 겪는다, 저는 힘든 시기를 마주했을 때 노력하면서 버텼다. 일과 인맥이 하나하나 플러스가 되면서 큰 그림이 됐다”고 말했다.

신발 제조 시 뒤따르는 제화공 인건비 문제와 공정 등에 대해 “성수동은 물론, 전체적으로 올해 임금과 재료값이 인상됐다. 하나의 구두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소재는 30가지가 넘는다. 신발 공정은 최소 24명~30명 정도가 호흡을 맞추며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제화 장인들은 단가를 많이 받지 못한다”면서 “저도 처음에는 단가를 내려달라고 했지만 남의 생활비를 뺏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으로 예민한 부분일 수 있지만 SNS를 통한 공동구매나 오픈마켓에서 가격을 계속 낮춰서 판매하는데 일시적으로 좋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품의 퀄리티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가격을 맞추려면 들어가야 할 소재를 몇 가지 제외하거나 품질을 바꿔 넣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저가 생산으로 가면 대량으로 한 번에 만들어야 해 완성도의 미흡함이 생기게 된다, 성수동 장인들은 그렇게 생산하는 부분에 민감해한다”고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문제는 디자인 등을 무단으로 카피하고 SNS 공구 등을 통해 저가로 판매하는 분들”이라고 지적하며 “열심히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분들의 입장은 어떻겠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결국 국내 패션산업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YeoJin은 “우리나라에서 여성 슈즈가 패션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문화로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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