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의료, 이제 그만’...사망전 의료비 지출 너무 많아

[우먼컨슈머= 김성훈 기자] 우리나라는 말기 암 진단 이후에도 의료이용행태에 큰 변화가 없다. CT, MRI, PET등 진단검사와 항암제 사용도 여전한 것으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조사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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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경우 평생지출하는 의료비의 절반이상을 임종 수개월동안 무의미한 진료에 쓴다는 것이다. 낫는다는 전망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기도삽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사용등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임종 전까지 환자가 침대에서 주렁주렁 호스 줄을 매달고 있어 환자의 고통만 심해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손실이 막대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관행을 개선해 생애말기 환자가 집에서 존엄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확대키로 했다.

또 말기암 등 4개로 한정된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확대해 보다 많은 환자에게 호스피스를 제공하고, 생애 말기에 접어든 환자는 질환 종류와 상관없이 의료기관이 체계적으로 통증·임종관리를 해주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년)을 발표했다.

이 종합계획은 2017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수립된 호스피스·연명의료 분야 최초의 법정계획으로 ▲ 호스피스 서비스 접근성 제고 ▲ 연명의료 자기결정 보장 ▲ 생애말기 환자·가족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수립됐다.

현재는 호스피스 전문병동에 입원해 서비스를 받는 '입원형'이 중심이지만 앞으로 서비스 유형을 5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2020년에는 호스피스팀이 환자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형'을 정식으로 도입한다.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가정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33곳인데, 2023년까지 6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2%는 집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국내 사망자 가운데 14.4%만이 집에서 임종했고, 암 환자의 경우 그 수가 더 적어 6.2%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2021년에는 일반병동, 응급실 환자가 담당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서 호스피스팀의 돌봄도 함께 받는 '자문형'과 아동에 특화된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소아청소년형'을 제도화한다. 자문형 시범사업 기관은 현재 25개에서 50개로 늘린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환자가 외래로 병원의 호스피스팀 진료와 상담서비스를 받는 '외래형'도 도입할 예정이다.

서비스 대상 질환도 확대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4개 질환에 대해서만 호스피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수준으로 대상 질환을 늘리기로 했다.

만성간경화증 같은 진단명이 아닌 만성간부전 같이 질환군 중심으로 대상질환을 확대하고 질환의 경과에 따라 호스피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체 호스피스 대상 질환자 가운데 호스피스를 이용한 사람은 2017년 20.2%였고, 대부분 암 환자였다. 정부는 서비스 유형과 대상 질환을 확대해 이용률을 2022년까지 30%로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198개에 불과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2023년까지 800개로 늘린다.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 중 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5.7%에 불과하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체외생명유지술·수혈·혈압상승제 투여 등을 말한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는 환자가 의사와 상의해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를 토대로 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데 위원회가 없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본인 의사를 반영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연명의료 상담 제공과 결정,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지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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