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농가 한숨...“계절 요인에 따른 수요 증가”

[우먼컨슈머= 김정수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돼지고기 값 급등, 삼겹살이 급겹살이 됐다는 등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생산자인 한돈 농가들은 한숨을 짓고 있다.
 

기사와 관계없음. 삼겹살
기사와 관계없음. 삼겹살

소비자 우려와 달리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5월 현재 kg당 평균 4,154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35원 보다 10% 낮기 때문이다. 돼지 가격이 떨어졌던 1, 2월 보다는 가격이 올랐지만 이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봄철 나들이객 증가와 학교 급식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늘면서 ASF와 관계없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경기 이천의 한돈농가 손종서 씨는 “경기불황으로 지난 6개월간 생산비 이하의 돈가가 지속된 상황에서 ASF 이슈까지 터져 생업을 아예 접어야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손 씨는 “이런 상황도 모른 채 날마다 돼지고기값이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돈농가들이 큰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비춰져 답답하다”고 했다.

돼지 경락 가격 (한돈자조금 제공)
돼지 경락 가격 (한돈자조금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일일 소매가격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100g당 가격은 1,950원으로 평년 1,907원 보다 약 2.3% 오르는데 그쳤다. 올해 4월 평균가격은 1,875원으로 지난해 1,817원 보다 3.2% 올랐으며 2017년 2,000원, 2016년 1,885원 보다는 하락했다.

소비자가 최근 가격 상승폭을 느끼는 이유는 1, 2월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돼지고기 평균 소매가는 100g당 1,684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훨씬 낮았다.

수입돼지고기 가격 추이 또한 현재 가격은 지난해나 평년 보다 시세가 낮게 형성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입 냉동 돼지고기 삼겹살 중품 100g당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993원으로 1년 전의 1,065원에 비해 9.3%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돈자조금 관계자는 “중국발 ASF의 영향이 아직까지 국내 돼지고기 수급이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0년 구제역 발생 당시 돼지 2,000여 마리를 살처분한 경험이 있는 경기 포천 한돈농가 왕영일 씨는 ASF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와 대한한돈협회는 ASF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한돈협회는 △북한 접경지역 멧돼지 개체수 조절 △음식폐기물을 급여하는 잔반농장(260여곳) 금지 △불법 축산물 유입 과태료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21일~28일 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는 ASF가 발병한 독일, 벨기에와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해 유럽 방역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불법 축산물 반입 시 과태료를 현행 1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6월 1일 시행키로 했다.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재입국 거부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

한돈자조금 하태식 위원장은 “ASF로 인해 한돈산업은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ASF 발병 시 농가뿐 아니라 가공업, 음식업 등 관련 산업까지 흔들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대한민국 단백질 주요 공급원인 돼지고기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ASF 유입 방지에 전국민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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