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행태' 보고서 발간
리조트-콘도는 매출 30%이상 감소...병원 진료도 줄어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계절과 상관없이 이어지는 미세먼지가 한국인의 소비행태를 변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발동한 어느 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발동한 어느 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7일 내놓은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행태 변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초미세먼지및 미세먼지 농도는 OECD등 세계 주요국 70개국 중 27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OECD회원국만 놓고 보면 칠레 다음으로 농도가 높았다.

이 보고서는 업종별 매출은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 관련 뉴스량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미세먼지’를 언급한 뉴스량은 지난 2009년 약 1,100건에서 2018년 약 3만 3000 건으로 10년 새 30배나 급증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세먼지’ 인식에 따른 국민들의 소비행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약 230개 업종, 900만 여건의 신용카드 매출 집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뉴스량이 많은 날 리조트/콘도와 놀이공원은 30%이상 매출액이 감소했다. 차량 정비(-29%)와 렌터카(-18%), 호텔(-10%)과 고속도로 통행(-10%) 등 나들이 관련 업종 매출액도 큰 타격을 입었다.

쇼핑업종 또한 대형마트와 농산품직판장 등 오프라인 쇼핑 업종은 평일과 공휴일 상관없이 미세먼지 뉴스량이 많은 날 매출이 급감했다. 반면 온라인 쇼핑 업종의 매출액은 증가했다.

식음료업종과 문화생활/여가생활 관련 업종은 미세먼지 뉴스량이 많아질수록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었지만 세탁소(+40%)와 목욕탕/사우나(+12%)는 매출이 늘었다.

병원진료도 미세먼지 영향을 받았다. 관련 뉴스량이 많을수록 대부분의 진료과목의 매출액이 감소했다. 반면 이비인후과와 소아과 등은 오히려 매출액이 증가했다.

요일별 특징도 두드러졌다. 통신판매(+19%)와 대형 온라인쇼핑몰(+14%)은 미세먼지 뉴스량이 많을수록 휴일 매출액이 급증했다. 반면, 놀이공원(-35%)이나 영화/공연장(-25%)은 평일 매출액 감소에 영향이 미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훈 연구위원은 “데이터 분석 결과,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은 노후화된 기존의 차량 대신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평소보다 13% 증가한 반면, 중고차 구매는 2% 감소하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소비 행태에 흥미로운 변화가 다수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뉴스를 통해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인식하면서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에 따라 소비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한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환경공단에서 발표한 ‘1995년 이후 국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인용했다. 공단 발표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는 1995년 72µg/m3에서 2005년 57µg/m3, 2015년 48µg/m3 등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7년 미세먼지 농도는 41µg/m3 내외로 추산됐다.

그러나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은 ‘대기환경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조사대상자의 90%에 달하는 국민들은 ‘미세먼지가 많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가 20여년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있음에도 정부에서 미세먼지 나쁨 주의보, 미세먼지 저감 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여년 간 꾸준한 조사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졌다면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에 본보 기자는 한국환경공단측에 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지만 정부, 언론에서는 미세먼지 나쁨 우려 등을 얘기하고 있어,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에어코리아에 들어가서 보면 1995년보다 2017년 기준 미세먼지 농도는 개선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면서 "(공단에서)전국의 시료를 채취해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국립환경과학원에 제공하면 (과학원에서)최종 확정 자료와 보고서를 작성한다. 공단은 이를 에어코리아에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에 전화연결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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