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분다. 복을 먹을 때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복은 산란을 준비하므로 독성이 약해지고, 살은 토실토실해진다. 
 
복은 기름기가 거의 없는 반면, 단백질 비타민과 칼슘, 인 등 미네랄이 풍부한 보양식이다. 연말이라 술 마시는 일이 점점 많아질 이 계절에 해장 음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숙취의 원인인 알데히드 또는 에탄올을 제거하는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제 철 ‘활복’을 먹으면 좋으련만 지갑도 활성화되지 못한 처지에 무슨 활복이냐 싶다면 ‘냉동복’이라도 정말 맛있게 하는 집을 찾아가 보자.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뒤편 먹자골목에 자리한 ‘부산복집(02-2266-6334)’은 어떨까. 충무로에만 같은 상호를 가진 집이 3곳 있다. 세 자매가 각각 운영하는 집이다. 이 집은 첫째가 운영한다. 충무로 3가 57-15,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5번 출구로 나와서 명동 방향으로 걷다가 대도약국 골목 안으로 들어간 뒤 골목 끝에서 좌회전하면 보인다. 
 
메뉴는 식사로 ‘복 매운탕’(1만1000원), ‘복 지리’(1만1000원), ‘복 불고기’(각 1인분, 1만5000원) 등과 요리로 ‘복 수육’(3만5000원), ‘복 찜’(3만5000원), ‘복 튀김’(2만원), 반찬으로 ‘복껍회’(6000원) 등이 있다.
 
가격은 지난해보다 조금 올랐다. 미안했는지 식사는 1000원, 요리는 복 튀김은 그대로 두고 5000원을 각각 올렸다. 메뉴판을 새로 갈지 않고 오른 가격에 맞춰 종이에 숫자를 적어 붙여놓은 것이 어색하거나 남루해보이기보다 오히려 정이 간다.
 
복 지리, 그러니까 우리말로 ‘복 맑은 탕’을 시켰다. 테이블 위에 콩나물 등이 듬뿍 들어있는 냄비가 세팅되고 큼직한 복 살덩이가 입수를 기다린다. 탕이 끓을 때까지 서비스로 나온 복껍회를 열심히 집어먹는다. 야들야들 쫄깃쫄깃한 복 껍질은 닭껍질 만큼 맛있지만 콜레스테롤 부담이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고추장 양념으로 치장돼 당연히 맵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그 맛은 중독이다. 계속 먹고 싶다. 
 
▲ 부산 복집

 

그런데 2~3명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적다. 혹시나 하고 한 접시만 더 달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따로 시키셔야 합니다”다. 결국 복껍회 한 접시를 시켰다. 양은 서비스의 1.5~2배 정도다. 먹다 보니 탕이 끓는다. 미나리도 한 움큼 다이빙을 한다. 그리고 ‘이모’의 먹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고 국자보다 숟가락이 먼저 들어가니 어쩌랴.
 
청양고추를 베이스로 콩나물을 넣어 푹 끓인 뒤 식초를 두르고 미나리와 복 살덩이(뼈 포함)를 넣어 끓여내 알싸하고 시원하면서 진한 국물은 수많은 복국집에 가서 먹어봐도 이 집이 최고인 듯하다.
 
먼저 미나리를 건져 먹고, 그 다음 콩나물을 먹는다. 푹 끓은 야채가 이렇게 맛있는가 싶을 정도다. 그 다음은 복살이다. 적당히 끓여 먹는 것이어서인지 육질이 탱탱하다. 가시부터 껍질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국물 맛이 좋으니 살덩이가 그냥 복이든 참복이든, 냉동복이든 활복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 집 복은 국산과 인도네이시아산을 섞어 쓴다. 내가 먹은 것이 인도네시아산이면 어떠랴. 바다는 하나인 것을.
 
다 먹고 나면 다음은 볶음밥 차례다. ‘바다의 산삼’이라는 복을 끓여 다 건져 먹고 남은 진액 위에서 볶아낸 밥이라서 그런 것일까, 더욱 맛깔스럽다.
 
이 집에도 값비싼 메뉴들이 있다. ‘참’자가 붙는 것들이다. ‘참복 매운탕’(2만5000원) ‘참복 지리’(2만5000원), ‘참복 불고기’(4만원), ‘참복 수육’(6만원), ‘참복 찜’(6만원) 등이다. 그러나 꼭 참복이 아니라 그냥 복을 시켜도 만족도가 높아 갈 때마다 그냥 복을 주문한다.
 
인테리어는 40년이나 된 가게답게 남루하다. 서울 강남의 최고급 활복집과 비교하면 안 된다. 일단 이 집에는 활복이 유유히 헤엄치는 초대형 수족관 같은 것도 없고, 싱싱한 회를 떠주는 코너도 없다. 발레파킹 서비스 역시 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집의 제철 맞은 값비싼 활복보다 이 집의 냉동복 요리가 더 입에 착착 붙는 것은 입맛이 저렴해서 만은 아닐 것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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