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가공식품)기업, 가격인하에 적극 동참해야”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국제 곡물 가격이 최종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낮은 식량자급률로 쌀을 제외한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소맥, 원당, 대두 등 국제 곡물이 사용되고 있으며 수입된 국제 곡물은 1차 가공식품인 밀가루, 설탕, 대두유 등에 원재료로, 다시 2차 가공식품인 라면, 제과, 제빵, 음료 등의 원재료로 쓰인다.

2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주경순)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8년간 국제 곡물 가격과 국내 수입 가격, 1차·2차 가공식품의 출고가 및 최종 소비자가격의 추이를 비교하고 가공식품 물가의 변동 현황을 살폈다.

소협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상승했고 쉽게 하락되지 않았다.

(사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사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2011년 대비 2018년 3분기 기준, 8년간 국제 소맥 가격은 30.7% 하락했다. 국내·외 시차와 국내 소맥 수입 주요업체의 운반비, 관세 등 부대비용 차이 등이 반영되면서 수입가격은 32.2% 떨어졌다. 그러나 1차 가공식품인 밀가루 출고가격은 단 14%만 하락했으며 오히려 최종 소비자가격은 10%나 상승했다.

설탕의 주원료인 국제 원당 가격은 동기간 55.1% 하락했고 수입가격 또한 48.8% 하락하면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1차 가공식품인 설탕 출고가격은 34.8% 하락에 그쳤으며 최종 소비자가격은 겨우 3% 하락했다.

국제 대두 가격은 28.6%, 대두 수입가격은 21.9% 각각 하락했으나 대두유 출고가격은 19.3% 하락에 그쳤다. 가공식품인 콩기름, 식용유 등의 최종 소비자가격은 3.1%만 떨어졌다.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과업계는 소비자가격 하락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협 물가감시센터가 매출의 90%이상 소맥을 이용하는 크라운·해태제과, 농심,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 매출액, 영업이익률 등 재무제표를 살핀 결과 크라운·해태제과의 매출원가율은 2012년~2015년새 하락하다가 2016년부터 조금씩 상승했다. 해태제과 매출액은 2015년에 전년 대비 15.9% 증가한 후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영업이익률은 6.0%로 높았다. 

(사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사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

농심의 매출원가율은 하락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5년에 5.6%였고 평균 3~4%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7년 말 기준, 라면 매출액은 90.0%, 스낵은 3.5%로 매출의 93.6%가 소맥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 추이와 비슷하게 매출원가율은 2012년 79.4%에서 2018년 74.6%로 4.8%p 감소했다. 하지만 2016년 스낵가격 인상과 2017년 12개 라면 가격 평균을 5.4% 인상해 2~3%대였던 영업이익률은 2018년 기준, 11.4%로 증가했다.

소협 측은 “2013년 말~2014년 당시, 원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 업체들은 가격 인하에는 인색한 상황”이라면서 “2018년 말 원자재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임금인상, 물류 판촉비용의 증가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소협은 “저성장 기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까지 더해져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기업은 원자재가격 하락 혜택을 소비자와 공유하고, 가격 인하에 적극 동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양식품 관계자는 소협 보도와 관련 "영업이익 증가는 불닭볶음면의 해외 수출에 기인한 것"이라며 "수출은 내수와 달리 영업, 마케팅 활동에 따른 제반 비용의 절감이 가능해 타 업체보다 영업이익률이 양호한 편"이라고 반박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2012년 8월, 가격 인상 후 5년 만이 2017년 5월에 인건비, 물류비, 스프 재료비 등 원가상승으로 (제품가격을) 5% 인상했다"면서 "밀가루 등 국제 곡물가격 하락으로 이익을 얻는다면 타사도 동일하게 영업이익률이 증가해야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